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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58790226
· 쪽수 : 594쪽
· 출판일 : 2016-04-02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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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찰리는 느릿느릿 가방을 집어들고 차 문을 연다.
“우리는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지.”
“그러시든가요.”
나는 그 말이 싫다. 그러시든가요. 찰리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나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너무 늙고 너무 멍청해서. 옷도 후지게 입고, 요즘 음악도 모르고, 멋있는 친구도 없고, 찰리가 쓰는 말도 잘 못 알아들으니까. 두려워하는 것도, 꿈꾸는 것도 다르니까.
찰리에게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 붙들려 있다. 하지만 둘 다가 될 수 없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다.
지금 그 애는 마치 독립하려는, 독자적인 정부와 법과 예산을 원하는 분리된 민족국가 같다. 언제든 내가 갈등을 피하려 하면, 적개심 대신 외교 전략을 택하면, 찰리는 국경에 전열을 배치하고 스파이 짓을 하거나 자기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나를 규탄한다.
“나는 10대 여자애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에게 맞서 싸우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무기를 집어들 수도 있겠죠. 칼로 찌르고 도망칠 수도 있다 쳐요. 공포에 질려서. 트라우마 상태로. 맞죠?”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왜 그 애가 욕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수건을 말끔히 접어놓을까? 그런 다음에는 무기를 들고 가서 다리에서 내던져 없애려고 할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로니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내 생각에 그런 일을 한 10대 여자애는 머리가 아주 맑을 것 같아요. 심지어 명석하다고, 어쩌면 계산적이라고까지 해도 될 것 같아요.”
“칼을 찾아냈군요.”
“찾아냈죠.”
“전에도 다리를 수색했잖아요.”
“처음엔 놓쳤어요. 시에나 헤거티를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겁니다.”
그녀의 어조에 승리감의 흔적은 없다. 자신의 본능이 옳았다는 서글픔만 깔려 있을 뿐.
“도대체 무슨 동기로?” 내 목소리가 남의 목소리처럼 낯설게 들린다.
“아버지가 죽기를 원했겠죠.”
“참 간단하군요.”
“간단하든 복잡하든 난 상관 안 해요, 교수. 당신은 인간 행동을 이해하려고, 설명하려고 하죠. 나는 아니에요. 난 우리가 고릴라보다는 작고 침팬지보다는 크지만, 그 둘보다 더 나쁘고, 아무리 이성이니 규칙이니 법이니 하는 게 있어도 저 밑바탕의 욕구는 여전히 정글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 생각해본 적 있소, 조? 아이를 잃는 슬픔이 아버지가 되는 행복과 맞먹을지?”
쿱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제길, 그건 비교가 안 돼. 그 첫 걸음마, 첫 웃음, 첫 말.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 나무를 처음 올랐을 때, 처음으로 학교에 가거나 처음으로 춤을 추거나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거나 처음으로 입맞춤을 하는 그런 모든 첫 순간들, 그게 바로 아버지가 된다는 거요. 그 순간들을 전부 한데 합쳐요. 모든 생일, 크리스마스, 모든 꿈……. 그러면 빌어먹을, 그게 어떻게 비교가 돼?
아이가 있으면 삶에 의미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암이 낫는다거나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가 있으니까. 내가 가도 뒤에 뭔가가 남는 거니까.”
쿱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고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이를 악문다.
“제일 나쁜 게 뭔지 알고 싶어요?” 쿱이 나오지 않는 말을 힘겹게 꺼낸다. “그 아이한테, 카롤린다한테 화가 난다는 거요. 야단을 치고, 외출금지를 시키고, 방에 가두고 싶소. 밖에 못 나간다고 말해주고 싶소. 어른이 되는 걸, 집을 떠나는 걸, 결혼하는 걸 막고 싶단 말이오.
나는 그 애가 우리 인생을 송두리째 가져가버려서 화가 나요. 우리의 하루는 그 애로 시작되고 그 애로 끝났소. 그 애의 학교를, 방학을, 미래를 계획하는 게 우리 인생이었는데. 미래는 무슨 미래? 그 모든 사랑과 수고의 결과로, 우리한테 남은 건 이거 다야! 제기랄.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