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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58790745
· 쪽수 : 588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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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마스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이곳에 있지 않았던 시간 못지않게 길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리 빨리 지나가지 않았다. 20년이 20년 같지 않았다. 200년은 족히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더는 상관없다. 곧 끝날 테니까.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그의 마지막의 마지막 청원.
거부당했다.
그는 죽은 목숨이었다.
마스는 동쪽으로 100킬로미터 좀 떨어진 텍사스주 리빙스턴에 있는 폴룬스키 교도소의 사형수 사동에서 헌츠빌 교도소로 이감 됐다. 장장 20년이 흐른 뒤에야 주 당국이 미뤄온 숙제를 해치우려는 모양이었다. 소식을 전하는 변호사의 창백한 얼굴에 암울한 그림자가 어려 있었다. 그래도 그 여자는 내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나는 아닌데…….
곧 뚜벅뚜벅 다가오는 구두 소리가 들릴 것이다.
번쩍거리는 족쇄를 든 건장한 교도관들의 거친 숨소리. 하루만 지나면 그를 까맣게 잊어버릴 근엄한 교도소장. 성경을 꼭 붙들고 소리 내어 읽어 내리는 경건한 목사. 이곳을 벗어날 때는 뭔가 영적으로 매달릴 대상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교도소 이야기가 아니다. 삶을 벗어날 때 말이다.
텍사스는 다른 어떤 주보다 수감자들을 더 많이, 고작 30년 동 안 500명도 더 넘게 사형했다. 1819년부터 거의 한 세기 동안 교수형이 집행됐다. 그 후 ‘올드 스파키’라고들 부르는 전기의자가 쓰이기 시작해 40년도 넘는 세월 동안 361명이 감전사했다. 텍사스주는 이제 사람들을 저세상으로 보낼 때 독극물 주사를 쓴다. 이러나저러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해의 마지막 날, 에이머스 데커는 렌터카를 탄 채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경계선 부근에 있는 버거킹의 드라이브스루 줄에 서서 뭘 주문할지 고민 중이었다. 데커의 거의 전 재산이 차 뒷좌석과 트렁크에 실려 있었다. 몇 가지는 아직 벌링턴의 창고에 남아 있었다. 그것들을 남겨두고 오기가 매우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다 가져오기에는 차가 너무 작았다.
그는 키가 195센티미터에, 끼니때 뭘 먹었느냐에 따라 몸무게가 최저 135킬로그램에서 최고 180킬로그램 사이를 오가는 거한이다. 대학 미식축구 팀 선수로 내셔널 풋볼 리그에 진출했지만, 선수로서의 경력은 거기서 끊겼다. 강력한 태클을 당한 충격으로 뇌가 이상을 일으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기억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과잉기억증후군, 전문 용어로는 그렇게들 부르는 증상이다. 듣기엔 꽤 폼 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어느 날 밤 귀가했다가 아내, 처남 그리고 딸이 잔혹하게 살해된 것을 발견한 데 비하면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살인자는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다. 데커가 그렇게 되게 만들었다. 그 사건이 종결된 것을 계기로 데커는 오하이오주 벌링턴을 떠나 버지니아주로 이사하게 됐다. FBI에서 특수한 직책을 맡은 것이다.
데커가 노트북을 가리켰다. “매년 무죄로 밝혀져 석방되는 사람이 수백 명이나 되는 거 알아?”
“수감되는 사람들의 수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비율이야.” 보거트가 약간 켕기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미국의 전체 수감자 중 2.5~5퍼센트는 무죄로 추정돼. 그건 그런 사람들이 2만 명 가까이 된다는 뜻이지. DNA 검사가 재판에서 최초로 사용된 게 1985년이야. 그 뒤로 330명이 DNA 검사를 받고 무죄로 판명됐어. 그런데 DNA 검사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전체 사건 중 겨우 7퍼센트에 불과해. 그리고 FBI는 DNA 검사가 이용된 사건 중 25퍼센트에서 용의자를 배제할 수 있었어. 즉 무고한 수감자의 비율이 지금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거지. 어쩌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