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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58791117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19-06-14
책 소개
목차
당신 덕분에 나는 행복해
토끼 굴
백색 소음
소리 없는 구석
통제 메커니즘
마지막 좋은 날
리뷰
책속에서
제인이 물었다. “고든은 유서를 남겼나요?”
“유서도, 문자 메시지도, 음성 메시지도 없었어요. 사실 내가 유서가 있기를 바라는지 모르겠고, 없어서 다행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주전자를 커피메이커에 올려놓고 의자에 다시 앉았다.
제인은 시계를 무시하려고 애썼다. 째깍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지만 이건 분명 내 상상이라 여겼다. “저는 침대 옆 탁자 서랍에 항상 메모장과 펜을 둬요. 닉은 그걸로 마지막 작별인사를 남겼어요. 그걸 작별인사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남편이 남긴 섬뜩한 네 문장을 생각할 때마다 심장에 서리가 내리는 것 같았다. 제인은 읊조렸다. “‘나는 뭔가 잘못됐어. 난 필요해. 아주 필요해. 죽음이 아주 필요해.’”
기네스는 커피 잔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정말 이상하군요, 안 그래요?”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찰과 검시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어요. 첫 문장은 단정하고 꼼꼼한 필기체인데, 다른 세 문장은 마치 손을 제어하기가 힘든 상황에 놓인 것처럼 갈수록 필체가 흐트러졌습니다.”
제인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왓 이프 회의는 흥미롭군요. 혹시 관련 자료가 있습니까? 책자라든가, 나흘간의 프로그램 일정표라든가.”
“아마 위층에 있는 고든의 서재를 찾아보면 있을 거예요. 내가 찾아보죠. 커피 더 드릴까요?”
“아뇨, 고맙습니다. 아침에 많이 마셨어요. 지금은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은데요.”
“홀 건너편에 작은 화장실이 있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몇 분 뒤 거미는커녕 티끌 하나 없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제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처음 드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혹시 두 달 전 이 순례에 나선 것이 인생 최악의 실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다시금 스쳐 지나갔다.
잃을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녀의 인생뿐만이 아니다. 자칫 잃을 수도 있는 다른 무엇에 비하면 그녀의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붕 위에서 점점 더 거세게 부는 바람이 화장실 환기구를 거쳐 이층을 지나 일층으로 불어 내려왔다. 원래 다리 밑에 살던 트롤이 전망 좋은 집을 찾아 옮겨오는 소리 같았다. 욕실에서 나서는데, 위층에서 총성 한 방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