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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58791292
· 쪽수 : 484쪽
· 출판일 : 2020-02-04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혼합물에 용액을 붓자 코를 찌르는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방 안에 가득 찼다. 처음에는 이 냄새가 싫었지만 이젠 좋아하게 되었다. 냄새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게 되었으므로. 영원. 방부처리액은 부패를 막아준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말은 기껏해야 모호한 개념에 불과하다. 진정한 사랑은 이런 한계조차 뛰어넘는 법이니까.
남자는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며 전보다 소금을 더 많이 넣었다. 미묘한 균형. 쉽게 얻은 지식은 아니다. 방부처리액은 영원을 약속하고, 소금 용액은 유연성을 더한다. 좋은 관계란 모름지기 유연해야 하는 법.
잠긴 문 너머에서 삐그덕 소리가 들렸다. 소음들, 여자의 고통스러운 신음에 뒤섞여 잇따라 들려오는 삐걱대고 갉작거리는 불규칙한 소리들이 신경을 긁었다. 여자는 다시금 결박을 풀려고 애쓰고 있었다. 도무지 가만있는 법이 없고, 줄곧 남자한테서 도망치려 했다. 처음에야 다들 똑같지. 하지만 달라질 거다. 남자는 확신했다.
끊임없는 움직임은, 숨죽인 애원은, 목쉰 비명은 곧 잦아들고 마침내 멈출 것이다. 여자는 조용하고 잠잠해질 것이다. 그러고 나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리라.
맨쿠소가 책상에 놓인 폴더를 펼치면서 운을 뗐다. “그러니까…… 특수요원 테이텀 그레이, 로스앤젤레스 지국에서 오셨군.”
테이텀이 웃음 지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1년에 걸친 아동 성도착자 조직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최근 승진했고.”
그런데 ‘성공적인’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투가 어쩐지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아니, 거의 실패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테이텀은 내심 못마땅했다.
“그냥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랬나? 자네 차장 생각은 딱히 그렇지 않던데. 또 내가 알기로는 내부 감사가 있을지 모른다고…….” 맨쿠소는 페이지를 한 장 넘겨 뭔가를 읽는 시늉을 했지만, 테이텀은 이미 맨쿠소가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뱃속에 생겨난 조그만 분노의 덩어리가 점차 커지는 듯했다.
맨쿠소가 폴더를 내려놓고 말했다. “우리, 툭 까놓고 말해보지. 자네가 승진한 이유는 이게 대중의 관심이 높은 사건이었기 때문이야.”
“뭐 남 일 같진 않으시겠죠.”
장하다, 테이텀. 5분도 안 됐는데 이미 상사가 널 싫어하게 만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