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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문화/역사기행 > 동서양 문화/역사기행
· ISBN : 9791159000171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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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서문
01. 역사의 걸작 ‘동북’ : 랴오시는 늙었지만 여신은 여전히 젊다
02. 찬란한 고택 : 발해와 금·청의 흔적을 찾아서
03. 치열한 도망 : 동북을 떠나 중원으로 향했던 사람들
04. 영원한 관외 : 동북을 가로막은 만리장성
05. 아이후이의 비극 : 열강의 약탈 속에 사라져 간 도시
06. 사라진 여인 : 한 시대의 마지막 여인 ‘완룽’
07. 빈집 : 동북왕, 장 씨 부자 이야기
08. 짙게 드리운 그림자 : 학살의 현장 뤼순커우의 아픈 역사
09. 향수 : 삼림의 야생을 간직한 오로첸족
10. 이민자의 민요 : 동북의 향토문화 ‘이인전’에 관한 추억
11. 검은빛 : 동북의 숙명 ‘토비’의 시대
12. 금광꾼 : 욕망의 황무지에서 금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
13. 온돌 : 동북 사람들의 피난처이자 귀착점
14. 술에 취하다 : 술의 유혹에 빠져든 동북
15. 담배의 동화 : 관동 여인과 담배 이야기
16. 여인의 그네 : 여인은 날개가 없지만, 하늘을 날고 싶어 한다
17. 서구식 건축의 도시 : 다롄의 과거와 현재
18. 벌판 : 베이다황, 북방 벌판의 역사
19. 마지막 남은 산 : 원시삼림의 비밀을 간직한 장백산
20. 푸름의 상실 : 숲의 생명이 다하는 날
21. 백야의 약속 : 최북단 마을 베이지촌 이야기
22. 얼음의 도시 : 투명하게 빛나는 검은 하얼빈
23. 떠돌이 샤오훙 : 불꽃처럼 짧았던 여류 작가의 비극적 삶
24. 흑백 사진 한 장 : 어머니와 아버지의 숨겨진 이야기
리뷰
책속에서
02. 찬란한 고택 : 발해와 금, 청의 흔적을 찾아서
금빛 찬란한 발해국의 용천부는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라 발해인 스스로 벽돌과 기왓장을 하나하나 쌓아 완성한 작품이다. 그래서 가히 기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곳으로 동북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였으며, 해동성국(海東盛國)이라 불리었다. 장안 다음이 바로 발해이다. 그 당시의 세계는 텅 비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역로(驛路)는 멀었고, 대지는 드넓었다. 하지만 그처럼 처량한 배경에서도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태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발해의 성곽과 사람들이었다. 발해의 주작대로, 평민들의 작업장, 절과 학당은 세계의 이목을 이끌었다. 무수한 사람들이 앞 다투어 발해의 도시를 다녀갔고, 그곳의 모든 길을 걸어 다녔다. 한 번도 고요한 적 없이 늘 사람들로 붐비었으니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 곳이었겠는가!
07. 빈집 : 동북왕, 장 씨 부자 이야기
그날은 장 씨 수부에 간 날이었는데, 뜻밖에도 예전에 와 본 것처럼 익숙했다. 마치 아주 오래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나는 책과 역사 속에서 이곳을 수없이 스쳐 지나왔고, 이 정원을 거닐었던 사람들과 이곳에서 발생했던 이야기들을 마주했다. 또한 누구든지 동북을 향해 오는 사람은 반드시 이 정원과 장 씨 부자를 만나게 될 것이란 걸 알고 있다. 장쭤린과 장쉐량 부자는 동북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20세기 전반 중국의 정치 무대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잘 드러냈다. 그들 각자의 비극적인 결말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며, 유일무이한 것이었다. 마침내 사람들이 의연하게 그 역사의 한 편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고, 어떤 한 사람의 공과에 대해 공평한 잣대로 책상 위에서 책으로 써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장 씨 부자는 필연적으로 현대인의 마음속 특수한 위치에 자리 잡게 되었고, 자유롭게 비난하고 숭배할 수 있는 인물이 되었다.
16. 여인의 그네 : 여인은 날개가 없지만, 하늘을 날고 싶어 한다
정말 너무도 멀리 있었다. 장백산 북쪽의 캄캄한 숲 안에 숨어 있었다. 내가 그 탈곡장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어두워지고 짙은 안개가 끼면서 주변의 집과 나무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나는 마치 꿈속에 있는 듯했다. 그 순간 먼발치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그네가 안개를 뚫고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네는 마치 먼 곳에서 오는 손님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고독하고도 정다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텅 빈 땅에 앉아 그네를 바라보았다. 그네는 정말 단순했다. 나무 막대 두 개에 밧줄 두 개가 매달려 있고, 밧줄 사이에 나무 발판이 연결되어 있었다. 나무 발판과 땅 사이에는 약간의 공간이 있었다. 나무 발판 위에 서 있는 여인이 그네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는 공간이었다. 나는 또다시 TV에서 보았던 조선족 여인이 떠올랐다. 새하얀 치마와 붉은 리본, 검은 머리카락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그네는 점점 높아졌고, 그 여인도 점점 하늘 높이 올라갔다. 마치 자신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하늘나라와 인간 세상의 경계도 모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