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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59059520
· 쪽수 : 194쪽
· 출판일 : 2024-10-20
책 소개
목차
역자 서문
그물 끊기(剪網)
점점(漸)
입달학교 5주년을 맞이하여(立達五周紀念感想)
자연스러움(自然)
얼굴(顔面)
자식(兒女)
한거(閑居)
아이에게 얻은 계시(從孩子得到的啓示)
하늘의 문학(天的文學)
도쿄에서 어느 저녁 있었던 일(東京某晩的事)
바닥판(樓板)
성(姓)
어렸을 적(憶兒時)
화첨의 일기(華瞻的日記)
아난(阿難)
새벽꿈(晨夢)
예술삼매경(藝術三昧)
인연(緣)
큰 메모장(大賬簿)
가을(秋)
책속에서
원래 누구나 ‘자기’를 중시한다. 자기가 ‘살고[生]’ ‘잘하려고[好]’ 하는 것은 원래 보편적 생명의 공통된 큰 욕구이다. 방금 아보와 연연이 아위를 가마 태우려다 가마가 뒤집어지고 아위가 넘어져 아팠던 것에서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했는지는 잠시 따지지 않더라도, 자기가 ‘잘하려고’ 했던 것을 나타내는 수단은 철저하게 성실하고, 순결하고, 비허위적이다.
아이는 ‘어리석다고’ 나는 줄곧 여겨왔다. 오늘 이 일을 보고 우리 스스로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늘 성실했고, ‘자기 마음 그대로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하루라도 ‘자기 마음 그대로 말하지 않는’ 악덕을 범하지 않는 날을 찾기가 힘들다.
아! 우리는 본래 아이들처럼 그랬었는데,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나?
_ 아이에게 얻은 계시
일곱 살 지났을 무렵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우리 집은 더 이상 누에를 치지 않았다. 얼마 못 가 아버지와 누나 동생들이 연달아 세상을 떠나 집안이 쇠락하였고, 나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 역시 가버렸다. 그래서 이 추억을 떠올리면 영원히 그리우면서도, 영원히 회한에 젖는다.
_어렸을 적
보 누나는 걸핏하면 나더러 ‘바보’라고 한다. 내가 아빠더러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게 해줘! 그래야 덕릉이 놀러 나올 거 아니야!”라고 말했더니, 보 누나는 내게 손가락질하며 “첨첨, 바보!” 라고 한다. 내가 왜 ‘바보’야? 누나는 매일 나하고 놀지도 않고, 책가방 끼고 학교에만 가잖아. 그게 ‘바보’ 아냐? 아빠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원고지에 한 칸 한 칸 글씨만 채우고 있잖아. 그게 ‘바보’ 아냐? 비가 오면 놀러 나가지도 못하잖아. 그게 싫지도 않단 말이야?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거야말로 누구나 바라는 합리적인 요구라구. 매일 저녁 누나는 아빠더러 전등을 켜달라고 하잖아. 그래서 아빠가 전등을 켜주면 방 안이 온통 환해지잖아. 그것처럼 지금 나도 아빠더러 하늘에서 비가 안 오게 해달라고 하는 거란 말이야. 아빠가 그렇게 해줘서 날씨가 맑으면 기분 좋은 일이잖아. 왜 나더러 ‘바보’라는 거야?
_화첨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