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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고대철학 > 소크라테스
· ISBN : 9791160022858
· 쪽수 : 332쪽
책 소개
목차
1부 소크라테스의 변론
2부 크리톤
3부 파이돈
4부 향연
작품 해제
연표
리뷰
책속에서
첫 번째 고발인들이 제기한 고발 내용과 관련해서는 이쯤 변론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번엔 훌륭한 애국자라고 자칭하는 멜레토스에 맞서 나를 변호하겠습니다. 그런 후에는 나중에 나를 고발한 다른 사람들에게 맞서 또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그들이 최근에 나를 고발한 양 먼저 그들의 선서 진술서를 다시 검토해봅시다. 그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멜레토스의 주장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하는 신들을 인정하는 대신 다른 새롭고도 악마적인 것을 믿음으로써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이것이 고소 내용입니다. 이 고소 내용을 이제부터 하나하나 따져봅시다. 멜레토스는 내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킴으로써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테나이인 여러분, 나는 멜레토스야말로 사람의 목숨을 놓고 경솔하게 고소나 하고 여태껏 아무 관심도 없던 일들을 진지하게 염려하는 척함으로써 중대사를 놓고 희롱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내 여러분에게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테나이인 여러분,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지혜롭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인간에게 사실은 최대의 축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죽음이 인간에게 최대의 불행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이런 무지야말로 가장 비난받아 마땅한 무지가 아니겠습니까! 아테나이인 여러분, 아마도 바로 이러한 점에서 내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우월할 것입니다. 또한 내가 어떤 점에서 남보다 더 지혜롭다고 주장하려 한다면, 나는 저승에서의 삶에 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에 내가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바로 그 점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불의를 저지르는 것은, 그리고 그게 신이든 인간이든 자기보다 더 훌륭한 이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은 나쁜 짓이고 수치스러운 짓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생각건대 어떤 사람이 꿈도 꾸지 않을 만큼 그렇게 깊은 잠을 잔 밤을 골라,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낮과 밤을 비교해보고 나서, 지금껏 그런 밤보다 더 훌륭하고 더 즐겁게 보낸 낮과 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충분히 숙고해본 뒤에 말해야 한다면,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아마 위대한 왕이라도 그런 밤들을 헤아리기가 더 쉬우리라는 걸 알 것입니다. 만약 죽음이 그런 것이라면 나는 죽음이 이득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럴 경우 영겁조차 단 하룻밤보다 더 길어 보이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또한 죽음이 이승에서 저승으로의 이주와 같은 것이라면, 그리고 죽은 사람은 모두 그곳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여러분 판사님들,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만약 누가 이곳의 자칭 재판관들에게서 벗어나 저승에 가서 그곳에서 재판한다는 미노스, 라다만튀스, 아이아코스, 트리프톨레모스 같은 진정한 판관들과 이승에서 올바르게 살았던 다른 반신(半神)을 모두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실망스러운 이주일까요? 또한 만약 오르페우스, 무사이오스, 헤시오도스, 호메로스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몇 번이고 흔쾌히 죽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