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0070880
· 쪽수 : 436쪽
책 소개
목차
1~36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새 친구가 생겼다는 기분을 정말 몇십 년 만에 느꼈다. 연애가 시작될 때 시야가 점점 열리는 듯한 행복감과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좀 다르다. 평소의 경치가 아주 조금 달라 보인다.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가슴 설레는 변화다. 다시는 쇼코와 떨어지지 않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딱 한 명이라도 여자 친구가 생기니 자신의 색감과 형태가 또렷하게 느껴지면서 나라는 존재에 자신감이 생겼다.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스토커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주장하는데, 그 집요함과 진지함은 아무리 생각해도 스토커 그 자체다. 게다가 쇼코는 그녀를 스토커라고 단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스토커라는 말을 그녀 앞에서 사용한 기억도 없다. 다만 ‘블로그에 기분 나쁜 메일이 온다.’ 하는 말만 했을 뿐이다.
불쑥 집에 찾아왔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시무라 에리코라는 인간은 착각이 좀 심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에리코의 정신 상태가 좀 이상한 게 아닐까. 물론 나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일 때문에 몹시 바쁘다고 하니까, 그 스트레스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애가 좀처럼 오래 가지 않는다는 말도 했는데, 어쩌면 아직도 실연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정도 미인에게 남자가 얼씬거리지 않는다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이 아닌가.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어떻게 만드는 거야? 이 여자들과는 어떻게 알게 되었어? 싸우지 않아? 때로 귀찮게 느껴지는 일 없어? 사이가 멀어지지 않는 요령 같은 거 있어? 상대가 피하면 어떻게 거리를 좁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무슨무슨 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야?’
자신의 꿈이 그렇게 거창한 것일까. 그저 성욕과 이해가 개입되지 않는 상태에서 타인과 편안한 관계를 쌓고 싶을 뿐이다. 서로 마음 놓고 긴장을 풀고서,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마주하고 싶다. 같이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시면서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건강을 염려하고, 언젠가는 서로의 결혼식에 초대한다. 취미와 기쁨을 공유하고, 얘기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실컷 통화를 한다. 이 세상에 그런 상대가 딱 한 명이라도 좋으니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게 그렇게 사치스러운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