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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img_thumb2/9791160261738.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신화/종교학 > 그리스로마 신화
· ISBN : 9791160261738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0-06-30
책 소개
목차
prologue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chapter 1 신화가 문화를 보이게 합니다
chapter 2 서울 헤라클레스
chapter 3 고추도 풍요의 뿔이다?
chapter 4 금강 역사가 사자가죽을 쓴 까닭
chapter 5 그대의 약손
chapter 6 로마, 그리스 신화를 수입하다
chapter 7 의사가 사람을 죽여?
chapter 8 예술이 뭐길래?
chapter 9 뱀, 아무래도 너무 길다
chapter 10 뱀, 음양을 만나게 하다
chapter 11 사랑은 눈물의 씨앗
chapter 12 그러니까 똑바로 살아야지요
epilogue 신화는 ‘이야기의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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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훌륭한 구조물들은, 나는 극장이오, 나는 국회의사당이오, 나는 예술의 전당이오, 이렇게 발언한다고 믿습니다. 나와 동행하던 안내자는 신기해할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파리 오페라 극장을 지은 건축가는 신화의 상징을 동원하여 그 구조물로 하여금 멀리서 온 나에게, 나는 극장이오, 하고 말하게 한 것에 지나지 않고, 나는 그 말을 알아들은 데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새로 시도하는 방법이 바로 ‘신화 거꾸로 읽기’입니다. 신화적 상징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을 거는 회화, 조각, 혹은 건축물을 하나씩 제시하고, 그 대상에 묻어 있는 신화의 의미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추적하는 새로운 신화 읽기입니다.
서울 우면동 예술의 전당 앞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나는 절망했습니다. 딱 하나 있기는 했지요. 멀리서 보면 신선로 같기도 하고, 시베리아 샤먼巫覡의 유르트(천막집) 같기도 한 극장의 모양이었습니다. 샤머니즘도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강력한 영향권에 들어 있는데, 그것이 샤먼의 유르트를 연상시키고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것인가, 싶었던 것이지요. 파리 오페라 극장 위에 서 있는 아폴론은 예술의 신인 동시에 무속巫俗의 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 아는 분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나는 그것이 유르트가 아니라 갓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때부터 구조물은 나에게 어떤 말도 걸지 못했습니다. 나의 신화적 상상력은 내 나라 예술의 전당에서 깊은 좌절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나는, 문화 현상에서 신화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 신들과 만나는 공부를 ‘신화 거꾸로 읽기’, 혹은 ‘역류의 신화학’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신들 이야기, 영웅들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그 시대에 어울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는데, 그 변주의 흔적은 문화의 모습을 하고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신화를 이해하면 언제 어디에서건 회화나 조상彫像이나 구조물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신화 이미지가 우리에게 걸어오는 말은 통역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내 나라 신화가 되었든 남의 나라 신화가 되었든 신화라는 것이 벌써 세계어에 편입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