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영 ZERO 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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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97
텅 빈 세계, 맹독성의 구원자 ― 김사과 × 황예인 대화 189

성연우는 나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내가 그간 그에게 행했다고 주장하는 온갖 정신적인, 무형의 공격들, 오만하며 고압적이기 짝이 없는 세상을 향한 시선, 그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무례를 포함한 온갖 무례, 더럽고 무가치한 협잡,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펼치는지 모르겠는 역겨운 장난질들, 무엇보다도 나와의 만남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엄청난 회의에 빠져들었다고, 경악과 충격, 배신감과 모멸감 등등에 대해서 횡설수설 주절대는 그는 돌아버린 말년의 니체를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식인食人하는 종족이다. 일단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윤리와 감정에 앞서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세상은 먹고 먹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내가 너를 잡아먹지 않으면, 네가 나를 통째로 집어삼킨다. 조심하고, 또 경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