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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듯 저물지 않는

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주)태일소담출판사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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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듯 저물지 않는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저물 듯 저물지 않는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0270280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7-12-12

책 소개

에쿠니 가오리 소설로, '소설 속 소설'이라는, 지금까지 에쿠니 가오리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형식으로 쓰였다. 나이 쉰이 넘도록 여전히 부모가 남겨둔 유산으로 먹고살고, 유일하게 열을 올리는 행위는 '독서'뿐인 주인공 미노루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 그저 흘러간다.

목차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저자소개

에쿠니 가오리 (지은이)    정보 더보기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는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 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1992), 『나의 작은 새』로 로보노이시 문학상(1999),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2003), 『잡동사니』로 시마세 연애문학상(2007), 『한낮인데 어두운 방』으로 중앙공론문예상(2010)을 받았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불리는 그녀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도쿄 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좌안 1·2』, 『달콤한 작은 거짓말』, 『소란한 보통날』, 『부드러운 양상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뒤의 기억』,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벌거숭이들』, 『저물 듯 저물지 않는』, 『개와 하모니카』, 『별사탕 내리는 밤』 등으로 한국의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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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주 (옮긴이)    정보 더보기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책으로 마루야마 겐지의 《천 일의 유리》 《천 년 동안에》 《소설가의 각오》를 비롯해 《하느님의 보트》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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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미노루는 책에서 얼굴을 든다. 무척이나 밝다. 마치 여름 같다. “없어?” 오타케 목소리였다. 동시에 지금 계절이 여름이라는 것도 생각난다. 자신이 눈 덮인 산길에 있지 않다는 것도. “뭐야, 있으면서.” “벨을 눌러야지.” 미노루는 그렇게 말하면서 침대의자에서 일어난다. 리조트 호텔의 풀 사이드에 있는 비치 체어처럼, 접이식 침대의자의 나무틀이 삐거덕거렸다. “눌렀어. 문도 두드렸고.” 그러고 보니, 의식 멀리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 “좀 춥지 않나. 몇 도로 해놓은 거야.” 묵직한 유리 재떨이 ?부모님 집의 거실에 옛날부터 있던 것이다. 미노루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집을 처분할 때 왠지 버릴 수가 없어 들고 와 리모컨을 담아두고 있다 ?로 손을 뻗은 오타케가 멋대로 온도를 몇 단계 올렸다. 삐, 삐, 전자음이 여러 번 울린다. “히가시데 씨에게서 또 클레임이 들어왔어. 3개월이라면서?” “3개월?”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다. “전적인 업무 위탁인데, 그쪽도 난감하잖아. 다른 임차인들에게 모범이 될 수 없는 셈이니까.” 절반까지는 아니어도 5분의 1 정도는 아직 눈 덮인 산길에 의식이 남아 있었다. 쉰여덟 살 남자의 감정 속에.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은 후에 여름 문안 편지를 열한 통 썼다. 오타케는 언제나 미노루에게 “너는 존재하는 게 일이지” 하고 말하지만, 미노루 자신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사람, 사람, 사람. 관계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 친척들, 재단 관계자들, 지역 지자체 사람들, 조부모님 인맥(정치가들, 미술품 수집가들, 화랑 경영자들, 단가 관련 사람들), 부모님 인맥(양쪽의 친구들. 직업도 다양한), 몇몇 자선 단체, 동산과 부동산 관리자들, 집안 대대로 신세 지고 있는 병원 관계자들, 거기에 미술관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까지. 돈에 관계된 일은 고문 세무사 오타케와 고문 변호사 다나베(아직 30대인 젊은이로,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는 말만 꺼냈는데도 친척들이 결사반대했다)가 거의 전적으로 도맡고 있지만, 그래도 미노루 주위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조부모님 집도 그렇거니와 부모님 집도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집이었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맞아 별장에 가도 가족끼리 단출하게 지내는 일은 없었다. 늘 누군가 손님이 있었다. 하지만 미노루는 장차 그 모든 것을 자신이 떠맡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미노루도 어렸을 때부터 낯을 많이 가렸지만 그보다 한층 비사교적이었던 스즈메는 대학을 졸업하자 바로 외국으로 나가버렸다. 독일에서 사진 전문학교를 다녔고, 졸업하고도 귀국하지 않은 채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다 지금은 일본과 독일에서 반반씩 지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유산에 버금가는 대인 관계 일체를 미노루가 떠안는 꼴이 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노루는 조부모님을 좋아했다. 부모님도. 그리고 물론 스즈메도. 미노루는 아마 스즈메를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할 것이다. 문안 편지를 부치러 나가는 길에 어디서 늦은 점심(겸 이른 저녁)이나 먹자고 생각하지만, 창밖은 아직도 한참 더워 보이고, 나가면 땀을 흘릴 게 틀림없으니 미노루는 또 읽다 만 책에 손을 뻗고 만다.


남자는 목이 좍 그여 있었다. 4인용 객실에 혼자 느긋하게 앉아 차창에 머리를 기댄 모습은 기차 여행을 하면서 노곤하게 잠든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가 입은 셔츠와 스웨터는 피를 먹어 검게 변색됐다. 공포에 질려 눈을 번쩍 뜬 라스는 온몸이 마비된 듯 우뚝 서 있었다. 열차는 눈보라 속을 소리 없이 질주하고 있다.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코트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운전면허증에 기재된 이름은 에릭 로베르트손이었다. 사진과 얼굴을 비교해 본인이란 것을 확인하고, 라스는 지갑을 시신의 안주머니에 다시 넣으려다 잠시 동작을 멈췄다. 지문이 남았을까. 당연히 남았을 것이다. 늘 끼는 가죽 장갑이 하필 지금은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다. 미안하군. 라스는 마음속으로 시신에게 사과하고, 지갑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어차피 에릭은 돈도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없다. 조야를 찾아낼 수도, 피아노를 칠 수도, 가족을 만날 수도 없다. 객실 문을 조금 열고, 밖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후 통로로 나갔다. 식당차는 비어 있었다. 아직도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데, 웃는 얼굴을 하고 창가 자리로 안내해준 웨이트리스는 눈치를 못 챈 듯하다. 라스는 레드 와인을 주문했다. “달리 주문하실 것은?” 메뉴판을 내밀었지만, 고맙다고 하고는 거절했다. 자신이 지금 막 보고 온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목이 베인 시신. 그런 것이 같은 열차에 타고 있다는 것을 웨이트리스도 카운터 안에 있는 젊은 요리사도, 딱 두 그룹의 손님 ─중년 커플과 구석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대머리 남자 ─도 모른다. 나도 몰랐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창밖 경치나 바라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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