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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60272840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2-02-15
책 소개
목차
- 마음의 푸른 상흔
-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합니까?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당신의 귀감이었습니까, 아니면 악몽이었습니까? 인생이 당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당신은 누구를 사랑했습니까? 당신의 눈 색깔이, 당신의 머리 색깔이 어떻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습니까? 밤이 두렵습니까? 잠꼬대를 합니까? 당신이 남자라면, 성질 고약한 여자들을, 여자란 자고로 따뜻한 날갯죽지에 남자를 품어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들을―최악은 그럴 줄 안다고 착각하는 여자들이죠―떨어져 나가게 할 가슴 시린 고통을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의 상관부터 아파트 관리인까지, 마주치기도 싫은 주차단속 요원부터 한민족 전체를 책임지는 불쌍한 마오쩌둥까지, 모든 사람들이―당신을 포함해서요―외로움을 느낀다는 걸, 죽음만큼 삶에 대해서도 두려워한다는 걸 아십니까? 이런 진부한 생각이 두려운 것은 이른바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그것을 늘 잊고 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기거나 적어도 살아남기만 바라니까요.
남매를 재워주고 있고 먹여 살리기로 약속한 로베르 베시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점심 초대뿐이었고, 그래서 그렇게 했다. 점심은 아주 즐거웠다. 엘레오노르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로베르가 데려간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엘레오노르는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다. 로베르도 그 사실을 눈치챘다. 두 남매가 어떻게 사는지 십오 년 전에 소문을 들었던 그는 세바스티앵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하긴 했어도 그가 일하는 척할 수 있도록 돈을 쓸 날도 어쩌면 많지 않으리라 희망하며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벌써 머릿속으로는 약속을 피하기 위한 저녁 식사도 몇 번 계획했다. 동시에 향수에 젖어 십 년 전에는 세바스티앵과 함께 일한다면 미친 듯이 좋아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가 시늉하는 것만 봤어도 말이다. 그렇게 되면 예측 못할 일이 세바스티앵의 삶을 지배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십 년 전, 로베르가 아직 서른이었을 때, 그는 모든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가 동경하는 누군가와 그 위험을 함께할 준비가 말이다. 그러나 그 뒤로 그는 성공을 거두었고, 여러 가지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폐쇄적이고 가혹하기로 소문난 파리에서 그는 출세, 그러니까 시쳇말로 ‘자기 참호 파기’에 성공했다. 그는 바닷가재를 깨물어 먹으며 그 표현이 지독히도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스럽게 판 그 ‘참호’가 혹시 무덤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로베르는 서글퍼졌다.
생각해보면 우울증을 피할 수 있다고, 적어도 그 병에서 회복될 수 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는 게 아니라면 왜 글을 쓰겠는가? 모든 텍스트의 절대적인, 고유의 존재 이유는, 그것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심지어 논문이든, 이처럼 늘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