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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403411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0-01-3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존엄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찾아서
1부 봉황의 이름을 가진 한 여자의 마지막 2년
엄마는 내 엄마니까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
엄마가 살아야 할 곳은 여기야
나는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니
내가 잘 때 누가 나를 때리나 봐
한없이 밝은 양성모음으로만
울기만 해봐요, 다신 안 보러 올 거야
사람 머리가 까매야 예쁘지
싸리꽃 한 잎 같은 이빨 하나
영혼의 음료, 뜨거운 믹스커피
빨간 주머니는 노란 밤벌레의 집
터무니없이 착하기만 해
권 안과 선생과 박카스
2부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새벽 1시, 이상한 사설 응급차
응급실에 퍼지는 한 서린 욕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엄마 빤스에는 주머니가 많아서
기로 풍습, 죽음을 나르는 지게
아기 같은 엄마의 아랫도리
굿’바이, Good & Bye
‘밴드’ 속 엄마의 꽃 같은 날들
섬망의 징후, 헛것과 싸우다
이승에서 못다 한 말
3부 새해에 그렇게 떠날 줄은 아무도 몰랐지
작별까지 마지막 12일
오늘은, 죽지 말아주세요
“엄마한테 졌다, 손힘이 장사 같아”
정말 저승사자가 오나 보다
보내드릴 모든 준비가 되었는데
장하다 김봉예, 가엾다 김봉예
꿈처럼 어여 가요, 제발
이제 임종을 기다리지 않겠다
“다 빼주시면 안 돼요?”
이승이여 안녕, 인사도 없이
마침내 피안으로 건너가다
저승꽃, 마지막으로 피는 꽃
4부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었다
장례식장이 유치원처럼 명랑했다
두 나무가 스물아홉 그루로
관도 무덤도 없이 나무 아래로
당신이 남긴 것들
아무렇지도 않게 벚꽃이 날리던 날
‘내 집’에서 ‘짧게’ ‘앓다’가
내 생의 마침표는 내가 찍으려 해
불문곡직, 장례식에 아무도 부르지 마라
5부 엄마 없이, 인생찬가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어딜 가, 국수 먹고 가야지
냉이 속에 숨겨둔 신사임당
엄마가 살던 마지막 집
단톡방 ‘김봉예의 자식들’
절대로 저 딸에게 매달리진 않으리라
아무에게도 엄마를 부탁하지 말아요
에필로그-죽음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장례식장에 앉아 있으면 세상 사람이 앓다 죽은 낯선 병명을 거의 다 들을 수 있었다. 맑은 소고기 뭇국, 벌건 육개장을 앞에 두고 당신의 엄마가, 너의 아버지가 무슨 병으로 얼마나 앓다가 돌아가셨는지 묻는 것은 어쩌면 위로의 말이라기보다 자신 앞에 놓여 있는 늙고 아픈 엄마 아버지 상황을 위안하고 싶은 안간힘이기도 했다. 그동안 보살핌의 노고와 수발의 고통을 들어주려고 귀를 빌려주는 시간이기도 했고 부모를 잃은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슬픔의 시간을 하소연할 수 있는 입을 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매일매일 혼자 방 안에 갇혀 있는 노인들이나 그 노인들을 두고 자기 삶을 사는 자식들이나 누굴 탓할 게 아니었다. 누가 학대할 마음으로 부모를 붙잡아 두겠는가. 어느 부모가 자식을 괴롭히려고 숨 쉬고 움직이겠는가. 한 공간에 다른 존재 둘이 갇혀 살다 보면 둘 다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존재가 존재를 미워하게 되는 것,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상대를 괴롭히게 되는 게 부모 자식 간이라고, 엄마와 딸 사이라도 다를 것은 없다.
드디어 엄마의 이름이 불렸다. 반짝 정신이 든 엄마를 부축해 의사 앞에 인도하려던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엄마가 굽었던 허리를 쫙 폈다. 양 옆에서 끼지 않으면 잘 걷지도 못하시더니 별안간 뚜벅뚜벅 진료실의 권 선생을 향해 내 손도 뿌리치고 곧장 혼자 걸어가시는 거였다. 황당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당연히도, 권 안과 권 선생님은 엄마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특별히 대하지도 않았다. 하루에 100여 명 넘는 환자를 보는 의사가 몇십 년 전 평범한 할머니를 기억할 리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