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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407082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3-11-20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신은 이렇게 두 눈으로 글을 읽고 있다. 그것은 진짜로 일어나는 행위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당신의 머릿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상상력은 과연 진짜일까? 당신이 잠을 자고 있는 것은 진짜다. 꿈속에서도 비명을 지르고 동시에 침대에서도 비명을 지른다면 그것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어디쯤 될까? 픽션과 논픽션은 어떻게 정확하게 나뉠 수 있을까? 지금 당신이 꾸는 악몽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눈이 다시 스르르 감긴다. 나는 어디로 가는 중이었더라? 행선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어느 역에서 지하철을 탔지? 그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잠에서 금방 깨어난 탓일지도 몰라. 나는 머리를 흔든다. 뭔가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지금쯤 모든 기억이 돌아와야 하는데……. 잠을 깨우던 덜컹거리는 소음은 더 이상 내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감은 눈꺼풀 위로 휙휙하며 지나가는 오후의 햇살이 느껴질 뿐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눈을 더 세게 감는다. 내가 왜 지하철에 앉아 있는지 알아내려고 힘을 써본다. 어둠 속에서 단서를 끄집어내고 싶지만 더욱 깊은 어둠뿐이다.
당신이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잠시, 라고 생각할 때 시간은 멈춰주지 않는다. 그 잠시 동안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뀔 만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일 뿐이다. 변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아래로 밀려 내려간다. 인생은 오르막길이다. 막연한 미래를 기대하며 잠시 다른 일을 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하지만 당신은 변화하지 않는다. 당신은 잠깐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그런 사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당신에겐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는다. 버스는 떠났다. 기차도 택시도 오토바이도 모두 떠났다. 인생에 시간표 따위는 없다. 인생은 오르막길이다. 멈추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끄러지며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