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1110080
· 쪽수 : 404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6
1부 시인과 조각가 13
2부 거장과 제자 121
3부 예술과 공감 341
감사의 말 390
삽화 출처 392
찾아보기 394
리뷰
책속에서
로댕은 학우들과의 교제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공부만 하고 싶어했다. 예외라면 특별히 다정했던 친구 레옹 푸르케와 인생의 의미,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즐겨 나누었다는 점이다. 이 두 십대 소년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도 자신들처럼 인정받기를 갈구했을지 궁금해하며 뤽상부르 공원을 거닐곤 했다. 둘 다 명성을 꿈꾸었으나, 푸르케는 그것은 로댕에게만 허락된 운명임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는 로댕이 습득하지 못한 대리석 조각 기법에 숙달했지만 로댕을 둘러싸고 있는 어떤 숙명의 분위기를 늘 보았고, 훗날 로댕을 도와 몇 년 동안 함께 일하기도 한다. “네가 예술을 위해 태어났다면, 나는 네 머릿속에 싹트는 대리석을 깎기 위해 태어났지. 그게 우리가 늘 함께할 수밖에 없는 이유야.” 푸르케가 로댕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로댕은 어쩌면 지금 견디고 있는 단조로운 노동이 벽돌을 한 장씩 올리며 그들만의 대작을 짓던 성당 건축 인부들의 노동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들처럼 신에게 헌신하는 건 아니었지만 자연에 대해서는 치열한 애정이 느껴졌다. 나뭇잎 한 장 빚어내는 일을 경배의 행위처럼 한다면 자연의 겸손한 종으로 서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성당을 지은 사람들 중 특정인 이 특별한 칭송을 받지 못한 것처럼, 일개 건물 장식공에게 영광은 찾아오지 않을 터였다. 성당은 그것을 함께 지은 모든 장인들의 개가이고 그 무명의 장인들 모두보다 오래 살아남을 터였다.
학적만 유지하면 그곳에서도 연금을 쓸 수 있었으므로, 릴케는 1896년 가을 뮌헨대학교에 등록했다. 그때까지 자신을 규정해온 모든 것을 부정하겠다는 의지와 함께였다. 어머니의 광신적 천주교 신앙, 아버지의 군사적 야망, 프라하의 향토주의, 그리고 자신의 이름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과 결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