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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7456312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4-07-24
책 소개
목차
선택하세요 · 11
마도요 · 115
통행금지 · 227
감사의 말 · 302
리뷰
책속에서
벽 너머로 기이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내게 말해 주려고? 내가 말했다.
아니.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기이한 건 아니었어. 내가 묘사에 원체 약했지. 너도 기억할 거야. 그게 아니고, 그 목소리가 말한 것, 말한 내용이 기이했어. 그러고 보면 딱 기이하다고 할 수도 없는데, 달리 뭐라고 표현할지, 그게 말한 걸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거든.
뭐라고 말했는데? 내가 물었다.
도요새(curlew) 아니면 통행금지(curfew).
뭐라고 말했다고?
그거야. 그뿐이야. 그 낱말들뿐이었어.
도요새 아니면 통행금지? 내가 말했다.
나는 손안의 전화기를 들여다보았다. ‘몽상가’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어쩐지 아직 끊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 그녀가 묘사한 대로 창문 하나 없는 공항 접견실의 싸구려 탁자 위에 부드러운 천으로 둘러싸여 펼쳐진, 담쟁이 아닌 담쟁이에 감춰진 자물쇠를 뜻밖에도 제법 생생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 같은 사물은 어떤 장소든 변화시킬 수 있어서, 그녀가 일곱 시간 반을 갇혀 있었다며 묘사해 준 그런 유의 무미건조한 공간마저 무슨 박물관처럼 보이게 만들 것이다.
나는 이불을 밀어젖혔다. 그리고 일어나 앉았다.
방 안 건너편 아버지의 개 또한 나 때문에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잠을 깨운 것이 그저 나였음을 깨닫고 도로 누웠다.
개는 보통 함께 있어 주는, 동무 같은(companionable) 존재다.
동무(companion)가 되어 주는(able).
고립되거나 수감되거나 외롭거나 그랬을 적에 온갖 뜻밖의 장소나 사물에서 우의(companionship)를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