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이야기 4

주요 등장인물

책머리에
1. 고슴도치 정치인, 자산
2. 위험한 위치, 약한 나라, 그 속의 인간
3. 우화로 보는 춘추시대의 국제정치 이론
4. 자산이 일러주는 강소국의 이론과 전략

제1장 중원, 인재들의 고향
1. 정나라 가는 길
2. 선망과 고난의 땅, 중원
3. 고난의 땅이 배출한 인재들─자산과 그 후배들

제2장 2강 체제의 마지막 불꽃
1.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진晉 도공의 등장
2. 진 도공의 개혁
3. 후방을 안정시켜 전방을 압박하라
4. 초나라의 반격─진陣을 응징하다

제3장 자산 등장 이전의 내우외환
1. 새털 같은 군주의 유언
2. 여우의 생존법
3. 정 목공穆公의 일곱 후예들이 정권을 잡다
4. 내외정의 혼동─채나라를 치다
5. 승리의 대가─다시 초에 항복하다
6. 정나라, 한 해에 두 번 항복하다

제4장 국제관계의 재편과 내우외환의 심화
1. 진나라의 동방정책─오나라로 통하는 길을 터라
2. 대리전쟁에 끌려들다
3. 내란을 극복하고 자산이 등장하다
4. 정나라가 ‘기발한’ 미봉책으로 ‘마음 놓고’ 항복하다

제5장 2강 체제 종결의 징후들
1. 해체의 징후 1─작전 규모를 줄이는 양강兩强
2. 해체의 징후 2─초 공왕의 죽음과 안정파 내각의 등장
3. 해체의 징후 3─서방 원정군의 와해와 도공의 죽음

제6장 제나라의 무모한 도전과 좌절
1. 겁쟁이의 일전불사
2. 난영이 제나라로 망명하다
3. 안영이 난영의 입국을 반대하다
4. 황소의 생쥐 행보─제 장공이 진晉나라를 치다
5. 사상가 안영─‘내가 왜 따라 죽는가?’

제7장 팔색조 자산 정치를 시작하다
1. 경卿의 지위에 오르다
2. 도리道理를 들고 국제무대에 뛰어들다
3. 자유주의자의 전략─국가와 정치세력을 구분하다
4. 현실주의자의 전략─필요하면 무력을 사용하다
5. 외교적 수사의 교과서
6. 전략의 이면─정세분석

제8장 미병弭兵 회맹─정치의 승리
1. 굳히기형 재상들의 집권
2. 불신을 극복하고 휴전협정을 맺다
3. 회맹의 후일담─영걸들의 말

제9장 휴전의 이면─과점체제와 내부투쟁
1. 회맹질서 밖은 전국시대로─작은 나라들의 수난
2. 지배층 내부의 갈등 격화─공실의 쇠퇴와 세족들의 투쟁

제10장 자산의 개혁정치─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다
1. 예의 본질─큰 나라를 찾아가는 것이 자랑인가?
2. 세력에 붙지 않고 원칙을 행하다
3. 정경이 되어 개혁을 단행하다
4. 자산의 언론관─견제받는 권력이 강하다
5. 대국의 영빈관 담을 허물다

제11장 흔들리는 평화─초나라의 동란과 조무의 죽음
1. 초 영윤의 결혼식─초-정 명신들의 신경전
2. 회맹에서 드러난 초 영윤의 야망
3. 초나라의 네로 영왕이 등극하다
4. 진晉나라 공실의 기둥 조무가 죽다

제12장 자산이 법의 이름으로 정치를 행하다
1. 처음 과오는 용납한다
2. 악은 뿌리까지 뽑는다
3. 형서刑書를 주조하다

제13장 초 영왕의 등극과 자산의 대응
1. 폭군의 과대망상─영왕이 패자를 꿈꾸다
2. 먼저 엎드리고, 먼저 대비한다
3. 천륜을 어긴 이가 인륜을 어긴 이를 죽이다
4. 자산이 구부법을 실시하다
5. 폭정 심화와 위기 고조
6. 오거가 장화궁을 비판하다

제14장 2강 패권의 종말과 자산의 대응
1. 초나라 패권 종말의 징후─진陳과 채를 멸망시키다
2. 진晉나라 패권 종말의 징후─상가에서 일어난 일
3. 초 영왕의 죽음과 패권 포기
4. 대전환기의 자산의 전략─국익의 이름으로

에필로그: 성취와 비평의 차이
1. 대정치가의 죽음
2. 행동가의 진실한 사랑
3. 이론가는 과학자다

답사기: 높아지는 무덤과 깎이는 무덤
1. 진시황릉秦始皇陵─나날이 깎이는 무덤
2. 안자晏子 묘墓─나날이 높아지는 무덤

부록:
춘추시대 주요국 제후 재위 연표
춘추시대 주요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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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43년 자산이 드디어 정나라의 정경正卿이 되어 정치를 시작했다. 자산의 내정개혁은 기강잡기와 살림살이에서 시작했다. 그는 국도와 비읍을 구분 짓고, 의복으로 상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전지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정전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을 오伍로 편성했다. 대부들 중에서 사치한 사람은 내치고 검약한 사람을 등용했다. 모두 가난하고 문란한 정나라의 현실을 혁파하기 위한 일이었다.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자산의 행동은 고도로 계산된 것이었다. 그가 노린 것은 목공의 후예들 중 비대해진 씨족들을 제어하는 것이었다. 당시 정나라는 목공의 후예들이 공실을 억누르고 사병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있었다. 그러니 국도와 비읍을 구분 지어 사적으로 인력을 동원하지 못하게 하고, 씨족 세력이 아니라 관직을 중심으로 상하관계를 재편하기 위해 의복으로 직급의 고하를 표시하고, 분쟁의 소지가 되는 전지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농민들을 국가가 바로 동원할 수 있는 체제로 묶었다. 이렇게 되면 거대 씨족들은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거대 씨족들의 소비에 제한을 가함으로써 공실과 씨족의 차별화를 기도했다.
_〈제10장 자산의 개혁정치〉 중에서

당시 정나라 사람들은 향교에 모여 정치를 평했다고 한다. 물론 집정 자산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상 1호였을 것이다. 집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자 연명이 자산에게 향교를 폐지하자고 건의했다. 그러자 자산이 말했다.
“왜 그런단 말이오. 대저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향교로 나와 어울리면서 집정의 옳고 그름을 토론하는데, 옳다고 하는 것은 내가 바로 행하고, 그르다고 하는 것은 내가 반성하여 고치면 되오. 그러니 향교는 나의 스승인데 어찌 폐지한단 말이오? 나는 정성스러움과 착한 행동으로 원망을 줄인다는 말은 들었지만, 위세를 가지고 원망을 틀어막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소. 어찌 힘으로 여론을 (잠시 강제로) 틀어막을 수야 없겠소. 허나 이것은 강물을 막는 것과 같아서 꼭꼭 틀어막았던 것이 터지면 반드시 여러 사람을 상하게 할 것이오. 그러면 나도 구제할 도리가 없소. 그보다는 물길을 터서 조금씩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낫소. 또 내가 그들의 말을 듣고 약으로 삼는 것이 오히려 낫소.”
_〈제10장 자산의 개혁정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