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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카루나가 작아졌어요 3

악녀 카루나가 작아졌어요 3

문이경 (지은이)
  |  
동아
2020-03-30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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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카루나가 작아졌어요 3

책 정보

· 제목 : 악녀 카루나가 작아졌어요 3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3234
· 쪽수 : 480쪽

책 소개

우연찮게 바이켈드 공작의 비밀을 알게 된 카루나는 보좌 하녀 신분으로 그의 곁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얼핏 클레이엔을 떠올리게 하는 비상한 머리와 열두 살에 걸맞지 않은 말과 행동거지에 라크안은 카루나를 예의주시하는데….

목차

chapter 7. 노을의 티타임 ⑵
chapter 8. 내가 알지 못하는 약속

책속에서

“말해요. 마카레나 백작 영애는 어디에 있나요?”
“……모, 몰라요.”
“지금 영애는 누굴 두려워해야 하는지 헷갈린 것 같군요. 루린토프 영애, 여기는 백합궁이에요.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이는 황후 폐하랍니다. 당신과 같은 시녀 후보에 불과한 마카레나 백작 영애가 아니라.”
카루나는 루린토프의 턱을 꽉 움켜쥐었다. 꽤 아픈지 루린토프가 고운 얼굴을 있는 대로 찡그렸다. 도움을 구하려는 듯 눈을 굴려 주변을 바라보았지만, 주변에 빙 둘러선 시녀들은 누구도 카루나를 말리지 않았다.
“화, 황태자 전하의 궁에 잠시 갔다 온다고 했어요. 잠깐…… 아주 잠깐만, 전하의 얼굴만 보고 오겠다고……!”
루린토프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아아.”
카루나는 탄식했다.
‘자신을 피해 도망치는 황태자를 쫓느라 티타임 따위는 아예 잊어버린 거겠지. 아직도 황태자궁에 있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때마침 황후를 살피고 오라 보냈던 시녀 두 명이 도착했다. 급히 걸어 왔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황후의 옆에 클레이엔은 없었다. 티타임 장소는 바뀌지 않았다. 후원의 정자, 이곳이 맞았다. 황후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고 있었는데, 곧 이곳으로 오실 거다.
두 시녀가 번갈아 가며 말했다. 다른 시녀들의 얼굴이 흙색으로 변했다.
“어쩌면 좋지?”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다잖아.”
“맙소사,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겨 버린 거야.”
시녀들은 루린토프만큼이나 울상이 되었다. 그 소란 속에서 카루나는 홀로 고요했다.
‘어쩌면 좋을까?’
클레이엔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티타임 준비를 어느 정도 해 놓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설령 모두 준비해 놓았다 한들 당사자가 없으니 이용할 수 없었다.
어제는 루린토프가 티타임을 준비했다. 루린토프는 이틀이 지난 뒤에야 다시 자신의 순번이 돌아오니 오늘은 마음 놓고 아무 준비도 안 했을 터였다.
물론 카루나는 내일의 티타임 준비를 미리 해 놓았다. 차게 식혀 먹는 푸딩, 어느 정도 찬 곳에 숙성시켰다 먹으면 좋은 과일 과자를 준비했다. 모두 황후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가져와 세팅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내가 이 상황을 해결한다고 나에 대한 황후의 태도가 달라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오.’였다.
슬슬 카루나는 황후의 생각이 가닥 잡히기 시작했다. 오늘의 티타임으로 그 생각이 분명해질 것 같았다. 이 티타임을 클레이엔이 망친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래도 클레이엔에게 잘했다고 웃어 줄까?’
카루나는 궁금했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려 했건만.
“바이켈드 공작 영애, 도와주세요.”
누군가 카루나를 붙들었다.
“……에르케 영애?”
카루나는 제 손을 붙잡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짐승의 소리든 사람의 웃음소리든, 무엇이든 흉내를 잘 내는 시녀. 황제파도 귀족파도 아닌 소수의 중립파 중 하나, 안톡 백작가의 셋째 딸 에르케였다.
“바이켈드 영애, 영애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죠?”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영애의 얼굴을 봤거든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어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의 표정이었지요.”
“잘못 보신 것 같네요.”
카루나가 손을 밀치자 에르케는 아예 카루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높이를 맞추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눈이 카루나와 눈을 마주쳤다.
“부탁드려요, 영애.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도와주지 않겠어요?”
카루나는 문득 라크안의 붉은 눈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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