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63161363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1부
예술가의 경련
사라진 아내
아내의 친구
성탄절과 악보
2부
바다 위의 피아노
이웃
피아노의 신
판도라의 상자
3부
클레멘티 소나티네
상냥하고 고통스럽게
하지하
클럽 h
때 이른 재회
4부
Moby Dick
각자의 싸움
연주기계
카네기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내가 거울 조각을 제 얼굴 앞으로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연주회를 망친 것에 대한 항의일까? 고작 그런 이유라 하기에는 언행이 지나쳤다. 차라리 흥분해서 욕이라도 해대는 쪽이었다면 이해가 갔을 것이다.
“지금부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이런 게 아니야.”
“내 팬인지 모르겠지만 더 간섭하면…….”
말을 끝낼 수 없었다.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사내가 제 손목을 거울 조각으로 그었기 때문이다. 붉은 피가 사내의 손목을 뒤덮어갔다.
“무슨 짓이야!”
“보세요. 이런들 뭐 바뀌는 게 있습니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어.”
“말해봐. 내가 해야 할 그 빌어먹을 일이란 게 뭐야!”
“앞으로 두 달 안에 여기서 다시 연주해야만 합니다.”
농담이라기에는 사내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진지한 표정과 달리 그가 한 말은 터무니없었다. 다른 곳도 아닌 카네기홀에서, 그것도 두 달 안에 재연주를 하라니. 정신 나간 소리였다. 앞으로 두 달이 아니라 이 년 안에 공연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겠지만…… 나도 최대한 시간을 드리는 겁니다.”
“장난도 이 정도면…….”
사내가 불쑥 백동우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좀 빌리죠.”
사내는 쥐고 있던 거울 조각을 버리고 백동우의 가슴 포켓에서 행커치프를 꺼내 상처 난 손목에 감았다.
“왜 내 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간단해요.”
알고 있었다. 지금의 대인기피증은 트라우마에 의한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완화될 순 있지만 완전히 낫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너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알았다.
다만 동우 오빠를 떠올릴 때면 내심 마음이 급해지고는 했다. 같은 시간, 비슷한 순간들을 겪어왔다지만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이 깊은 심해에 갇혔던 사람이니까. 그는 완전히 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 같았다.
그런 우리에게 다시 온 겨울. 이 겨울은 우리에게 어떤 계절이 될까. 작년의 악몽을 떠올리는 순간이 잦아진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우리에게도 작은 희망 같은 게 생기는 하루가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