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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63163220
· 쪽수 : 364쪽
책 소개
목차
서(序) 은어(銀魚)
1 · 이중 첩자
2 · 급보
3 · 삼도근왕군
4 · 꽃별
5 · 게이샤
6 · 출전
7 · 귀선
8 · 흉몽
9 · 일산(日傘)과 호구(虎口)
10 · 시(詩)와 매(枚)
11 · 안개
12 · 쇠돌무치, 솔개, 쇤동이
13 · 아패(牙牌)
14 · 불면은 멈추었습니다
15 · 파랑새
16 · 신우대(神佑隊)
17 · 설전
18 · 추격
19 · 전선과 수레
20 · 추격전
21 · 인질
22 · 유인
23 · 학익진(鶴翼陣)
24 · 한산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혹 적군의 세작이 붙은 게 아닐까요?”
방답첨사가 수심에 찬 낯빛으로 말했다. 아직 경상도의 왜군이 함안을 넘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으나 이미 곤양과 사천이 적의 손에 들어갔으니 척후나 특공부대가 파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최악의 경우 은밀히 선발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을지도 몰랐다. 기우이기를 바라나 출전을 앞두고 뒤가 더욱 불안해지고 말았다.
“이 첨사, 율촌 지역 정탐병을 늘려야겠네. 적들이 여수를 배제하고 흥양(興陽: 전남 고흥)에 침입할 수 있으니 그 길목인 순천 방면 정탐도 늘려야 하네. 권 부사에게 맡아달라 전하게나.”
“그리하겠습니다.”
이순신의 대처에도 김수천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순신은 그의 입에서 뒤따라 나올 말이 두려웠다. 하지만 어떤 두려운 상황도 모르는 것보다야 아는 편이 낫다. 알아야 감당도 할 수 있는 법이다.
“편히 말하게.”
옥포에서의 전투가 이순신의 생애 첫 해전이었다. 전투에 있어 경험만 한 자산은 없었다. 해전에 있어 적의 경험은 원숙했고 이순신의 경험은 핍진했다. 그래서 육전의 경험과 병서의 기록을 믿어야 했다. 믿되, 의존해서는 안 됐다. 육전과 해전이 다르므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잘 구분해야 했다. 그 구분을 잘하지 못했던 흔적 하나가 그의 어깨뼈에 고스란히 남았다.
반면 적들의 경험은 포화 상태였다. 결국 지금까지의 전투는 줄곧 핍진과 포화의 대결이었던 셈이다. 없는 경험을 상상의 힘으로 채워야 했기에 이순신은 매일 다가올 해전을 상상했다. 상상 속의 적은 노도와 같았다. 막을 수 없었기에 막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옥포와 합포에서 만난 적은 상상했던 것보다 싱거웠다. 이후 격돌한 적들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또한 두려웠다. 적보다 이순신 자신이 두려웠다. 승전의 기억이 쌓이고 있었고 포화와 포화의 대결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순신은 그 포화 속에 기만이 섞여들까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