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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성스러운 도둑

엘리스 피터스 (지은이), 김훈 (옮긴이)
북하우스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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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성스러운 도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4053155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성스러움이라는 이름 아래 일어난 도둑질과 살인, 그리고 성물(聖物)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신념의 충돌을 예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성녀 위니프리드는 정말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욕망으로 오염된 신앙에서부터 연대의 가능성까지, 인간 사회의 복잡한 관계와 윤리가 유려한 문체로 다뤄진다.

목차

중세 지도 4
성스러운 도둑 11

주(註) 393

저자소개

엘리스 피터스 (지은이)    정보 더보기
본명 에디스 파지터(Edith Pargeter). 움베르토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으며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1913년 9월 28일 영국의 슈롭셔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덜리 지역 약국에서 조수로 일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그녀가 쌓은 이러한 다양한 경험과 이력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39년 첫 소설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63년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에드거 앨런 포 상을 받았다. 1970년에는 ‘현대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발표하며 시작된 캐드펠 수사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다. 1981년에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s of Brother Cadfael)의 한 권인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받았다. 영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수여받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문학적 성취와 함께 역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드러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고전으로 손꼽힌다. 1995년 10월, 생전에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슈롭셔에서 여든두 해의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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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옮긴이)    정보 더보기
전문 번역가.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빈방」으로 당선된 뒤 극작 활동과 번역 작업을 병행했다. 현재 부여에서 번역 작업을 하면서 지속 가능한 자연 생태 농업에 관심을 갖고 파트타임 농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메리카 인디언의 가르침』 『패디 클라크 하하하』 『희박한 공기 속으로』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피아니스트』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세상 끝 천 개의 얼굴』 『성난 물소 놓아주기』 『그런 깨달음은 없다』 『모든 것의 목격자』 『켄 윌버, 진실 없는 진실의 시대』 『늘 깨어나는 지금』 외 100여 권이 있다. 고려대학교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의 비밀』 『어둠 속의 갈까마귀』 『워크 투 리멤버』 『이단자의 상속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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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는 악기 쪽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먹이를 노리고 급강하하는 매처럼 달려들어 손가락을 현란하게 놀리기 시작했다. 긴장된 음들이 격자세공 양식으로 꾸며진 중앙의 장미 무늬 통로로 미처 다 빠져나오지 못해 악기의 해묵은 공명판이 한껏 부풀어 올라 격렬하게 고동치는 듯했다. 캐드펠은 두 사람이 상대의 반응을 열심히 의식하고 있음을 깨닫고 서로를 잘 볼 수 있도록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뒤로 약간 물렸다. 투틸로는 분명 대단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새처럼 신들린 듯 정신없이 연주에 몰입했다.


한순간 그의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목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 크지는 않았으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한 소리였다. 부원장은 충격을 이기지 못해 비틀거리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가 이내 다시 앞으로 달려들어 천을 마저 잡아당겼다. 안전한 곳에 보관했다가 조심스럽게 모셔 온 물건이 사람들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건 은으로 양각된 성골함이 아니라, 그보다 폭이 더 좁고 길이도 짧은 한 토막의 목재였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잘 건조시킨 듯, 나무토막은 한 사람이 쉽게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결국 그들은 엉뚱한 것을 두고 온갖 조심과 공경을 다한 셈이었다. 위니프리드 성녀는 이곳에 없었다.


"결국 그 모든 건 바로 성녀님이 지금 쉬고 계시는 곳으로 오기 위해 이루어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성녀님이 정말로 램지 수도원으로 가실 작정이었다면 중간에 무법자들의 습격을 받는 일 없이 순탄하게 그곳에 도착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성녀님은 제 집에 드셨지요. 뭐, 어쨌든 당장은 모든 일을 사실 이상으로 확대해서 생각하지는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랬다간 모든 게 다 뒤죽박죽되고 말 테니까요.”
양옆에 앉은 수사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말문을 막은 것만으로도 백작은 뜻한 바를 달성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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