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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4053155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목차
중세 지도 4
성스러운 도둑 11
주(註) 393
리뷰
책속에서
그는 악기 쪽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먹이를 노리고 급강하하는 매처럼 달려들어 손가락을 현란하게 놀리기 시작했다. 긴장된 음들이 격자세공 양식으로 꾸며진 중앙의 장미 무늬 통로로 미처 다 빠져나오지 못해 악기의 해묵은 공명판이 한껏 부풀어 올라 격렬하게 고동치는 듯했다. 캐드펠은 두 사람이 상대의 반응을 열심히 의식하고 있음을 깨닫고 서로를 잘 볼 수 있도록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뒤로 약간 물렸다. 투틸로는 분명 대단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새처럼 신들린 듯 정신없이 연주에 몰입했다.
한순간 그의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목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 크지는 않았으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한 소리였다. 부원장은 충격을 이기지 못해 비틀거리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가 이내 다시 앞으로 달려들어 천을 마저 잡아당겼다. 안전한 곳에 보관했다가 조심스럽게 모셔 온 물건이 사람들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건 은으로 양각된 성골함이 아니라, 그보다 폭이 더 좁고 길이도 짧은 한 토막의 목재였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잘 건조시킨 듯, 나무토막은 한 사람이 쉽게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결국 그들은 엉뚱한 것을 두고 온갖 조심과 공경을 다한 셈이었다. 위니프리드 성녀는 이곳에 없었다.
"결국 그 모든 건 바로 성녀님이 지금 쉬고 계시는 곳으로 오기 위해 이루어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성녀님이 정말로 램지 수도원으로 가실 작정이었다면 중간에 무법자들의 습격을 받는 일 없이 순탄하게 그곳에 도착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성녀님은 제 집에 드셨지요. 뭐, 어쨌든 당장은 모든 일을 사실 이상으로 확대해서 생각하지는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랬다간 모든 게 다 뒤죽박죽되고 말 테니까요.”
양옆에 앉은 수사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말문을 막은 것만으로도 백작은 뜻한 바를 달성한 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