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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4797820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2-10-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좋아져버린, 이 집
어린 마녀, 등장
우리는 동급생
그 나무의 정체
아이를 지킨다는 것
진짜 꽃구경
두 사람의 마지막 날
여름밤
현실의 조각
기억의 소용돌이
잊어서는 안 되는
그 책, 발견
버찌 열매가 열리는 나무
리뷰
책속에서
예상외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밖에 없는 집에서 뒹굴며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노란 불빛에 희미하게 비추는 책장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스르르 풀어져서, 마치 나를 가둔 틀이 천천히 열리고 내 속을 하나하나 꺼내 서늘한 밤공기 속에 펼쳐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면에 쌓여있던 불필요한 열기와 습기가 점점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안정이나 힐링과는 조금 결이 다른, 스스로 정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심각하게 먼지투성이인 방인데, 이 싱그럽고 편안한 느낌은 뭘까. 분명 처음 묵는 장소인데, 집보다 더 집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 행복에 파묻혀 잠들었다.
문을 열자 빨간 카디건을 입은,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있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귀엽고 동글동글 커다란 눈. 코 위에 계핏가루를 뿌린 듯 잘은 주근깨. 그리고 짙은 밤색의 몽실몽실한 머리카락. 마치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귀엽잖아?
상대가 꼬마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귀여움에 온몸에 긴장감이 돌아 말을 더듬고 말았다.
(중략)
“어어, 그…… 넌 누구니?”
지금 상태에서 이 질문이 최선이었다.
그러자 아이는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직 이름을 안 말했네요. 저는 이에하라 리리나라고 해요. 할머니가 여기서 지내라고 해서 이사 왔어요.”
“할머니라고?”
‘뭐지, 이 느낌.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드는데…… 하나도 생각이 안 나. 하지만 리리나가 똑같은 말을 하진 않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리리나에게 물었다.
“그렇구나. 나랑 같이 있는 건 편해?”
“응.”
“긴장된다거나 막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구나?”
“응.”
“리리나가 리리나 그 자체로 있을 수 있다면 뭐, 다행이고.”
“그 자체로 있다는 건 뭐, 그런 건가? 사츠타가 리리나를 바꾸려 들지 않고, 그것 때문에 고민하지도 않고, 생각대로 안 된다고 화내지도 않고, 리리나다운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