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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64871056
· 쪽수 : 251쪽
· 출판일 : 2023-07-20
책 소개
목차
[머/리/말]…4
1. 정조의 승하…10
2. 정약용과 이벽 (천주교와 만남)…19
3. 을사추조 사건과 이벽의 죽음…30
4. 전라도 진산 사건…48
5. 금정 찰방의 역장이 되어…60
6. 조정의 한직에 머물다…70
7. 변방사동부승지소…82
8. 곡산부사 정약용…99
9. 낙향을 결심하며…105
10. 천지개벽…116
11. 비극의 시작 (신유옥사)…119
12. 황사영 백서사건…143
13. 강진의 하늘아래…157
14. 아암 혜장선사와 만남…174
15. 다산초당에 들다…182
16. 아암 혜장선사 입적하다…198
17. 다산초당 학문의 요람…204
18. 유랑의 끝…220
19. 빛으로 염원으로…229
[맺/음/말]…239
*다산 정약용을 찾아서…242
저자소개
책속에서
약용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뜨거운 눈물이 볼을 적시고 마음은 한없는 슬픔으로 파도가 일렁이듯 밀려왔다.
지난날 임금의 총애와 사랑이 한꺼번에 밀물처럼 밀려와 머릿속 가득히 부풀어 올랐다.
부친의 상을 당해 마제에 내려가 여막을 짓고 삼년상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제공과 더불어 수원성 설계와 축조에 책임을 맡게 되었다.
이리저리 물길이 뒤채며 밀려오고 멀어지는 파도의 숫자를 세는 일은 무의미한 상념의 바다를 퍼 올리는 노동의 힘겨운 현장이다.
잠 못 드는 시간을 붙잡아 하나둘 헤는 것은 길고 긴 동짓달 차가운 수면 아래로 몸을 가두는 형벌을 집행하는 일이다.
약용은 깊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가위에 눌리듯 힘겨운 밤을 보낸다.
어둠 속에서 홀로 꾸는 꿈은 비몽사몽 속에서 암청색 새벽이 찬바람을 몰고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바람결인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잠 못 이루는 소리와 선잠이드는 밤에는 밝음과 어둠은 질서가 없다.
약용이 꿈꾸는 밤의 세계는 연일 혼란스럽고 암울했다. 꿈은 뒤숭숭하여 거미줄은 규칙이 없어 얼기설기 지어진 오래된 낡은 창고라 어둠의 종신형을 선고한 미로는 견고한 성이 되어 농성에 지쳐간다.
지난날의 회한이 밀물처럼 밀려오며 어둠의 공간에서 뾰족한 못의 날카로움에서 벗어나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손과 발이 허공에서 자맥질하며 허우적거리다 알 수 없는 충격으로 번쩍거리는 빛을 느끼며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허리춤을 잡고 파리한 빛의 꼬리를 밟고 힘겹게 일어선다.
몸은 이미 천근만근의 무게로 짓눌려 손끝 하나 움직일 수가 없고 식은땀이 흥건하게 배어 나온다.
약용은 그간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며 마음이 허전하고 그간에 살아온 세월의 아픔이 뼈마디마다 통증을 느끼는 것 같았다.
흑산도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돌아가신 약전 형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