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6291098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2-05-31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압수한 문건 중 「논학문」에 수운이 동학의 교주가 된 근본 교리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정운구는 「논학문」을 자기가 따로 보관했다.
일차 조사가 끝난 후 수운은 관아 부근 형산강 기슭 커다란 나무 밑에 묶였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고 제대로 입지도 못한 채 밤새도록 뼈를 에이는 형산강 겨울바람을 맞았다.
밤에 피는 별들이 향기를 보내주었다. 별빛이 찬란한 밤 한가운데 등불처럼 불타는 자신의 가슴을 바치고 삼라만상에 차고 넘치는 생명의 찬연한 광명을 제선은 다만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가슴속에서 바깥으로 날아가고 또 무엇인가 바깥에서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영혼의 심연과 우주의 심연이 신비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 화적이 횡행했다.
임술년 한 해에 경상도에서 열여덟 고을, 전라도에서 쉰네 고을, 충청도에서 마흔세 고을에서 일어났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호남 지방에서 가장 많이 일어났고 북쪽과 경기 지역에서는 빈도가 낮았다.
당시 고을 백성에게는 부정한 수령을 고을 밖으로 내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수령을 지경 밖으로 내칠 때에는 북을 지고 거리를 한 바퀴 돌게 하거나 멍석말이하고 매칙을 한 뒤 내쫓았다. 그런데 임술년에 일어난 봉기는 수령이나 구실아치를 죽이고 관아나 양반 집에 불을 지르며 과격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봉기가 산발적으로 일어났고 또한 고립적이어서 이웃 고을과 연계하여 더 큰 규모로 번지지는 못했다. 또 수령과 아전들은 남은 향촌 권력을 쥐고 아직 버틸 힘이 남아 있었다.
수운은 밤이 깊어 조용해지면 붓을 들어 부도를 그렸다. 龜(구) 龍(용) 祥(상) 雲(운) 義(의) 같은 글자를 만들었다. 또는 뜰에 나가 칼을 들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추었다. 몸이 허공으로 떠올라 달 속에서 자유자재로 부유했다.
‘시호시호 이내시호 부재래지 시호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오만 년 시호로다.
용천검 드는 칼을 아니 쓰고 무엇하리.
무수장삼 떨쳐입고 이 칼 저 칼 옆에 짚고
호호 망망 너른 천지 일신으로 비껴 서서
칼 노래 한 곡조를 시호시호 불러내니
용천검 드는 칼은 번득이며 일월을 희롱하고
게으른 긴 소매는 우주를 덮고 있고
자고 명장 어디 있나 장부 당전 무장사라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 시호 좋을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