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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6291104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2-05-31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경상이 강론했다.
“우리 도의 개접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스승님이 계실 때에 파접의 이치가 있었고 그런 까닭에 지금에 와 개접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문사의 개접이 아닙니다.
천지의 이치는 음과 양이 서로 합해 일월과 밤낮의 나뉨이 있고 또 열두 때가 있어 이로써 원형이정의 수가 정해지는 것입니다.
원은 봄이 되고 형은 여름이 되고 이는 가을이 되고 정은 겨울이 됩니다.
네 계절이 성하고 쇠해 도수가 순환하는 것이 비로소 자의 방에서 하늘이 열리고 축에 이르러 땅이 열리니 이가 곧 천지의 떳떳한 이치가 됩니다.
천지에 응하는 것으로 접하게 되고 접하는 것으로 응하게 되어 그 가운데에서 오행이 나오게 됩니다.
사람은 바로 삼재의 기운에서 화해 생겨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벽의 이치가 날로 자와 축에서 나와 비롯되는 것입니다.
스승님께서 하늘로부터 도를 받았으므로 행하는 것도 하늘로부터 했고 닦는 것도 하늘로부터 했던 것입니다.
이러하기 때문에 하늘에서 개하고 하늘에서 접하는 것이니 하늘에서 운을 받고 하늘에서 명을 받는다는 개접의 이치를 이루는 것입니다.
어찌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경상은 그동안 수운의 시천주를 사인여천으로 재해석하여 사회적 병폐인 신분제 타파를 각성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도중을 안정시켰다.
수행에서도 잘못 이해할 염려가 있는 천어를 재해석하여 ‘참된 말이라면 천어 아닌 것이 없다.’고 선을 그어 신이한 체험보다 일상에서의 성실함을 다하는 수행으로 나아가게 했다.
수운 생전 접 조직에 비하면 비록 도인 수는 적지만 조직을 어느 정도 되살렸고 계 조직을 통해 재정도 안정시켰다.
어느덧 정선에도 도인 수가 늘어났다. 경상은 여기에 맞추어 동학을 다시 세우기 위한 굳은 다짐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시월 중순.
조금 여유를 찾은 경상은 흥해 매곡동 처가로 내려갔다.
이전에 경상은 매곡동에서 근 십 년을 살았었다.
여러 친구와 도인들을 만나 보았다. 그들이 경상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경상은 이들 앞에서 양천주에 대해서 강론했다.
“양천주란 내 몸에 모셔 있는 한울님의 뜻을 부모님의 뜻처럼 잘 받들어 모신다는 뜻입니다.
동학의 수행은 세상일에서 벗어난 오묘한 진리를 체득하려는 것이 아니요,
또한 신이한 기적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내 몸에 모신 한울님의 마음과 내 마음을 일치시키도록 힘쓰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스승님도 말씀하셨습니다.
‘닦는 이는 얻음이 없는 것 같지만 알참이 있고,
들어서 아는 이는 알찬 것 같지만 얻음이 없는 빈 것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동학은 믿는 것이 아닙니다.
동학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동학을 하는 도인들입니다.
우리 모두 천주를 잘 받들어 한울님이 직접 말씀하신
‘오심즉여심’을 천착하도록 힘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