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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김영민 (지은이)
사회평론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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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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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67072191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6-01-20

책 소개

‘논어’와 ‘공자’에 대한 에세이다. 우리 시대 문장가로 손꼽히는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기획한 〈논어 연작〉의 첫 번째 책으로, 『논어』를 다시 읽기 위한 사유의 출발점이다. 김영민 교수는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에서 고전이 인간의 근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준다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영민 논어 연작]에 대하여

역사적 감각과 철학적 분석
문학적 문장과 정치적 상상력으로
논어의 세계를 새롭게 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그 내용은 그 사회를 지탱하는 언어가 된다. 『논어』 역시 오랫동안 널리 읽히면서 동아시아인의 생각과 대화를 위한 언어를 창조했다. 그것은 『논어』의 위대함 때문이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이고, 많은 사람들이 읽음에 따라 앞으로도 동아시아인의 생각에 깊고 넓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어차피 살다가 한번쯤 읽어야 하는 책이라면, 가능한 한 풍부하고 정교하게 읽어보자는 것이 이 『논어』 연작의 취지다.
― ‘『논어』 연작을 펴내며’에서

김영민 교수의 『논어』 연작은 오랜 학술 연구를 바탕으로 ‘에세이·번역·해설·학술연구·번역비평’을 아우르는 통합 프로젝트다.
『논어』를 신화화하거나 현대적으로 과잉 해석하지 않고, 역사적 맥락을 회복해 사유 체계를 확장하고자 한다. 고전 읽기의 새로운 모델이자 국내 고전 출판 분야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이다.

1.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개정증보판) ―논어의 주제를 소개하는 에세이
『논어』 연작 첫 번째 책. ‘논어의 세계’로 안내하는 프롤로그 격으로, 『논어』의 주제를 소개하는 에세이다. 특유의 위트와 지혜로 『논어』에 대한 사회적 감정을 새롭게 일깨운다.

2. 『논어: 김영민 새 번역』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한 새로운 완역본
우리 시대에 맞는 번역을 위해 『논어』 성립기의 문헌 용례와 관련 연구들을 적극적으로 참고해 시대착오적인 왜곡이나 오역을 피하고자 하였다.

3. 『논어란 무엇인가』 ―공자와 논어의 세계에 대한 해설서
수천 년 전 삶을 배경으로 하는 『논어』의 세계에 오늘날의 독자가 접속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해설과 감수성으로 접근하였다. 『논어』라는 고전을 잘 가다듬어, 생각의 자원을 조금이라도 풍부히 하려는 것이 저자의 소망이다.

4. 『배움의 기쁨』 ―논어 ‘학이’편과 ‘자로’편 18장에 대한 심층 해설
『논어』의 첫 편인 「학이」와 「자로」 18장을 현대적 학술 프레임에 담았다. 고전적인 주석 전통을 잇는 한편, 기존 해석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대안적인 해석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5. 『논어번역비평』 ―기존 한국어 번역에 대한 체계적 비평 작업
기존 『논어』 한국어 번역서 45종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대안적인 번역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독자가 기존 번역의 문제들을 판별하는 동시에 한문 문법을 요령 있게 습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텍스트의 무덤에서 보내는 『논어』 여정의 초대장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논어 연작’ 첫 번째 책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는 ‘논어’와 ‘공자’에 대한 에세이다. 우리 시대 문장가로 손꼽히는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기획한 〈논어 연작〉의 첫 번째 책으로, 『논어』를 다시 읽기 위한 사유의 출발점이다.
김영민 교수는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에서 고전이 인간의 근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준다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논어』를 ‘죽은 생각’으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 이 책은, 고전을 숭배가 아닌 사유의 자극으로 읽는 새로운 방식의 고전 읽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특히 공자가 ‘정확하게 미워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미워하는 일이란 말 그대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정확하게 미워하고 비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고전을 비판적으로 읽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고전을 제대로 좋아하고, 정확하게 비판하려면 고전 텍스트를 공들여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유의 멋스러운 유머와 번뜩이는 지혜로 가득한 이 책은, 『논어』를 제대로 읽기 위해 먼저 그 낡은 생각들을 기꺼이 묻으려는 사유의 기록이다.
(*이 책은 2019년에 출간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의 개정증보판이다. 본문에 인용된 『논어』 번역문을 〈논어 연작〉 중 『논어: 김영민 새 번역』에서 옮겨왔으며, 에세이 다섯 편을 추가했다.)

“우리가 고전을 펼쳐 드는 이유는 좀 더 넓고 깊은
생각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삶의 미시와 거시 사이를 활강하는 글쓰기로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생각거리를 차원 높은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본업인 사상사 연구자로 돌아와 〈논어 연작〉을 펴냈다. 에세이부터 번역·해설·학술연구·번역비평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논어』에 이르는 여러 경로를 직접 안내한다.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는 다섯 권의 〈논어 연작〉 중 첫 번째 권인 ‘논어 에세이’이다.

『논어』를 왜 읽는가? 고전을 왜 읽는가? 실로 고전 텍스트를 읽는다고 해서 노화를 막거나, 우울증을 해결하거나, 요로결석을 치유하거나, 서구 문명의 병폐를 극복하거나, 21세기 한국 정치의 대답을 찾거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대인의 소외를 극복하거나,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길은 없다. 고전 텍스트를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
_「매니페스토」, 25∼26쪽

도입부에서 선언하듯이, 저자는 ‘불후의 고전’을 ‘살아 있는 지혜’로 포장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는 세태를 경계한다. 그의 희망은 소박하다. 고전을 매개로 하여 텍스트를 공들여 읽는 사람이 되어보자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가 몸담은 삶과 세계라는 텍스트일 터, 2,500년 넘게 살아남은 『논어』에 수많은 이들이 주석을 달고 지금까지도 해설을 덧붙이는 이유이자 ‘김영민’만의 시선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정치사상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고전 『논어』라는 헌 부대에 오늘의 ‘세상’이라는 새 술을 붓는다. 여기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유와 자유롭고 독창적인 문장을 더해, 고전 해설의 관습을 벗어난 새로운 글쓰기를 완성한다. “유쾌하면서도 심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온 저자의 『논어』 독법이 주는 사유의 즐거움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 침묵의 함성을 들어라
: 삶과 세계를 정밀하게 독해하려면


공자는 “나는 말을 하지 않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논어』 텍스트 전체가 “발화한 것, 침묵한 것, 침묵하겠다고 발화한 것”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본다. 침묵을 매질로 삼은 메시지는 그에 걸맞게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독해자를 요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분류를 염두에 두고 의도된 침묵마저 읽어낼 자세로 『논어』를 탐사해나가자고 제안한다.
공자는 노나라 사구(형벌이나 도난 등의 사안을 맡은 벼슬) 직책을 맡고 있다가 느닷없이 직을 관두고 떠나버린 일이 있다. 그는 왜 쓰고 있던 면류관도 벗지 않은 채 보란 듯이 예를 어기며 부랴부랴 떠났고, 왜 구태여 침묵했을까?

공자가 자신이 떠나는 진짜 이유에 대해서 침묵했으므로,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댔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공자가 고기 때문에 떠났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공자가 내심 너무너무 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자신에게 고기를 주지 않자 그만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탓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공자가 고기에 대해 중독에 가까운 무조건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런 추론도 합리적이리라. 그러나 공자는 고기에 관하여 매우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_「떠나는 이유에 대해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59∼60쪽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공자가 고기라면 무조건 먹으려 드는 탐욕스러운 사람이 아니었음을 옛 문헌들을 뒤져가며 예의 진지하게 증명한다. 독자는 그 독특한 유머와 리듬에 빠져 하릴없이 키득거리다가 어느새 다음 문장에 도달한다.

만약 공자가 특정한 도덕률에 고집스럽게 매달리는 협애한 도덕가였다면, 그는 그저 특정 도덕 기준을 들어 자신의 조국을 가차 없이 매도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기에는 공자는 노나라라는 정치공동체에 무관한 인물이 아니었다. 만약 공자가 자신의 출신 지역이나 집단에 대해 무비판적인 충성을 일삼는 사람이었다면, 무조건적으로 조국의 편을 들어 어떤 흠이라도 눈감아주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조국을 사랑하되, 그 조국을 비판해야 하는 딜레마에 마주하여 그 나름의 해결책을 자신의 행동에 담고자 한 사람이었다. _「떠나는 이유에 대해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64쪽

불필요한 과장overstatement을 비판하고, 침묵 및 삼가 말하기understatement를 옹호한 공자를 통해, 단순한 침묵이나 생략으로 보이는 것들이 갖는 전복적인 성격을 간파하기. 이렇듯 김영민의 논어 에세이는 위트와 아이러니로 직조한 글쓰기로 해당 텍스트를 넘어 보다 넓은 콘텍스트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 실패를 예감하며 실패로 전진하기
: 이토록 고단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김영민 교수는 공자의 제자들이나 『논어』의 편집자가 유려한 예식의 집전자로서의 공자만큼이나 현실에서 실패한 선생의 모습을 사랑한 데 주목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허나 결함이 있더라도 자신의 결함을 인지할 수 있을 때는 아직 희망이 있다. 화해하기 어려운 모순적 열망이 공존한 인물―공자를 통해 어쩌면 우리는 이 생에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읽어낼 수 있진 않을까. 그가 자주 이야기한 가치들, 그 역사적 맥락, 그리고 급변하는 시대를 메타 시선으로 통찰하여 실마리를 풀어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살던 시대는 만성적인 전쟁의 시대. 전국시대에 이르면 진秦나라 통일 전까지 적어도 590회의 전쟁이 일어났다는데, 공자가 그때까지 살았던들 그 추세를 되돌릴 수 있었을까. (…) 공자나 그의 제자들은 해도 안 되는 줄 이미 아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무력에 의존하여 천하통일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실패하기를 선택한다. 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말했듯이, 그들은 승리하기보다는 다시 더 낫게 실패하기를 선택한다. _「해도 안 되는 줄 이미 알았던 사람 禮」, 116쪽

# 회전하는 세계의 고요한 중심점에서
: 서로 다른 인간끼리 어울려 살기 위하여


정치학, 철학,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정치사상사를 공부한 김영민 교수는, 인간은 어떻게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옳은지 질문을 던지는 게 정치철학이고, 과거의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어떤 답을 해왔는지를 파악하는 게 정치사상사라고 설명한 바 있다. 『논어』가 지금 여기 우리 공동체에 던지는 질문들에 대한 저자의 근심이 이 책에 스며 있는 이유이다.

공자가 더 관심을 기울인 것은 집 안에서 자기 부모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 섬길 것인가 혹은 자기 자식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효성스러운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하는 문제보다는, 앞서 말한 삶의 책임을 누가 어떻게 나누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 일상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위생, 교육, 복지, 육아, 노인 돌봄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당사자, 가족, 사회, 국가 가운데 누가 어떻게 무엇을 얼마나 나누어 맡아야 하는가. 이는 공자의 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인류가 고민해온 문제이며 매 시대 조건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시대마다 새로운 답을 요구한다. _「“빡센 삶, 각오는 돼 있어?” 孝」, 173, 176쪽

# 성급한 혐오와 애호를 넘어
: 죽어야 사는 것들에 대한 시의적절한 질문들


공자는 “경천동지할 혜안을 가진 고독한 천재라기보다는 자신이 마주한 당대의 문제와 고투한 지성인”이었고, “국가가 설정한 위계적인 구획을 넘어, 친족 네트워크를 넘어, 타인과 비전을 함께 나눈 공동체의 카리스마 넘치는 스승”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떠들썩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은 말한다. “공자가 족보 같은 걸 만들어가며 친족을 대규모로 관리하라고 주장한 적도 없고, 조상신 덕 보라고 한 적도 없”으며, “자신의 친아들보다는 제자를 더 사랑했다”고. “유교”라는 말이 “현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도맷값으로 넘기는 데” 남용되는 세태에 대해 “좀 더 복합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목차

발간사 『논어』 연작을 펴내며
매니페스토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1. 침묵의 함성을 들어라
왜 구태여 침묵했는가
자유주의 송편
모순과 함께 걸었다
떠나는 이유에 대해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마르크스‘도’ 읽어야지”
2. 실패를 예감하며 실패로 전진하기
신의 가호에 회의를 품게 된 시대의 사랑 仁
미워하라, 정확하게 正
삶이라는 유일무이의 이벤트 欲
해도 안 되는 줄 이미 알았던 사람 禮
우유부단함은 중용이 아니다 權
실연의 기술 習
완성을 향한 열망 敬
알다, 모르다, 모른다는 것을 알다 知
3. 회전하는 세계의 고요한 중심점에서
자성,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고통 省
“빡센 삶, 각오는 돼 있어?” 孝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이다 無爲
부러우면 지는 거, 아니 지배당하는 거다 威
너의 존재는 거짓이 아니다 事
지구의 영정 사진 찍기 再現
돌직구와 뒷담화의 공동체 敎學
4. 성급한 혐오와 애호를 넘어
단 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 가운데 있습니다”
제 가격에 자신을 판다는 것
당신 뱃속에는 성인의 마음이 있다
돈과 자유
새 술은 헌 부대에
계보란 무엇인가
‘유교’란 무엇인가
에필로그

저자소개

김영민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브린모어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정치철학과 동서고금의 고전을 넘나드는 사유로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해석해온 김영민 교수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학자 중 한 명이다. 특유의 유머와 문학적 문체로 철학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며, 지성의 역할과 공부의 의미를 다시 묻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구서로 중국 정치사상사 연구를 폭넓게 정리한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2017)와 『중국정치사상사』(2021)를 출간했다. 산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2018), 『공부란 무엇인가』(2020),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2021),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2022), 『인생의 허무를 보다』(2022), 『가벼운 고백』(2024), 『한국이란 무엇인가』(2025) 등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과 정치, 정체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대중에게 전해왔다. 2025년에는 오랫동안 구상해온 논어 연작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개정증보판), 『논어: 김영민 새 번역』, 『논어란 무엇인가』, 『배움의 기쁨』, 『논어번역비평』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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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사상사의 역설은 어떤 생각이 과거에 죽었다는 사실을 냉정히 인정함을 통해 비로소 무엇인가 그 무덤에서 부활한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이 죽어 묻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생각의 무덤을 우리는 텍스트text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텍스트가 죽어 묻히는 자리는 어디인가? 텍스트의 무덤을 우리는 콘텍스트context라고 부른다. (…) 죽은 생각이 텍스트에서 부활하는 모습을 보려면 콘텍스트를 찾아야 한다. 즉 과거에 이미 죽은 생각은 『논어』라는 텍스트에 묻혀 있고, 그 텍스트의 위상을 알려면 『논어』의 언명이 존재했던 과거의 역사적 조건과 담론의 장이라는 보다 넓은 콘텍스트로 나아가야 한다.
_「매니페스토: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에서


송편에 무엇을 넣느냐 가지고 전쟁을 하느니, 아예 송편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 게 어떻소. 싸우느니, 콩이든 깨든 꿀이든 고기든 다 넣지 맙시다. 이리하여 텅 빈 송편. 우리는 이것을 송편의 침묵이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침묵하는 송편이 가진 전복적인 성격은, 그것이 속이 빈 공갈떡과 구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급기야 사람들은 침묵하는 송편과 공갈떡을 구별하는 데 실패하고, 결국 송편이라는 범주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_「자유주의 송편」에서


널리 알려진 바대로 인仁은 『논어』에서 자주 쓰이는, 『논어』의 세계를 대표할 만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그렇지만 공자가 인이라는 개념을 발명한 것은 아니다. 조방趙汸 같은 학자가 지적했듯이, 인이라는 용어는 전국시대의 문헌에는 흔히 나타나지만, 그 이전 서주시대 문헌에서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즉 인은 기원전 5세기께 이르러서야 한층 더 자주 쓰이게 된 용어이다. 공자는 바로 그 시대의 사람, 즉 인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기 시작한 세대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세대는 바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신의 가호에 의지하는 일에 회의를 품게 된 시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신의 무정함을 깨달은 당시 사람들이 신의 가호에 대한 대안으로, 즉 일종의 자구책으로, 인간의 사랑(仁)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_「신의 가호에 회의를 품게 된 시대의 사랑 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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