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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140029
· 쪽수 : 228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유리 여섯 살 될락 말락 한 다섯 살
정자 한국이라니, 고마워요
서령 사랑한다면, 말을 들어줘야 하잖아요
유리 바람에 불려와 저 스스로 뿌리 내린 꽃
정자 흐린 날의 스트로베리 필즈
서령 연속된 여섯 번의 행운
유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볶이라고
정자 나무는 저곳에 오래오래 서 있겠죠?
서령 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 안아줄게
정자 용하마을 조껍데기 막걸리
서령 속울움 우는 자에게만 보이는 속눈물
유리 너는 너를 만나서 너를 살러 가는 거니까
정자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2383. 앞에도 산 뒤에도 산이었다. 100미터 앞에 왕복 2차선 지방도로가 있으나 가로수에 가려져 조금만 보였다. 나무가 많아 숲의 공기는 언제나 싱그러웠다. 난주 씨의 오랜 두통과 기침도 애비로드에서 말끔하게 나았다. 경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매일 보는 풍경인데도 난주 씨는 아침마다 놀라 탄성을 질렀다. 유리는 엄마가 지르는 소리에 놀라 아침잠에서 깼다. 난주 씨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찬탄의 말을 한껏 뿌려놓고 마지막엔 “아, 말도 안 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할 말 다했으면서. 너무 많이 했으면서. 가까운 곳에 컨트리클럽과 스키 리조트가 있었으나 애비로드의 손님들은 골프도 치지 않았고 스키도 타지 않았다. 마냥 애비로드에 묵다 가곤 했다. 유리와 함께 진귀한 풀과 꽃을 찾으며 놀았다. 문을 활짝 활짝 열어놓고 난주 씨가 만든 음식을 오래오래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애비로드에서는 프랑스 요리나 음식을 맛볼 수 없다. 호박고지, 시래기무침, 돼지고기활활두루치기, 곰취막뜯어먹은닭찜 같은 것이 있을 뿐이었다.
- 「유리 · 여섯 살 될락 말락 한 다섯 살」 중에서
“진짜로 불맛이에요. 불에도 맛이 있어요. 정말. 저는 오전 오후 하루에 두 차례씩 불에다 혀를 갖다 대죠. 오전에는 5초간, 오후에는 6초간. 움직이지 않고. 혀를 불에서 떼지 않아요. 정말 불맛이 있고, 요리하는 사람은 불맛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자의 장난스러운 거짓 통역이었다. 브루스는 진지하게 들었다.
“누구에게나 불맛에 대한 기억이 있대요. 70만 년 전부터 뭔가를 불에 구워 먹었을 테니까요. 불은 위험한 데다 태운 고기는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점점 더 불을 멀리하게 되었겠죠. 그래서 불맛과도 멀어졌겠고. 하지만 서양에서나 동양에서나 지금도 음식에 직접 불을 질러 요리를 하기도 해요. 70만 년을 건너뛰어 달려오는, 아련한 불맛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겠죠.”
이것이 난주 씨의 진짜 말이었다.
“첫날부터 굉장한 것을 먹었어요.” 정자가 말했다.
“대단해요. 불맛 말고도 분명 뭔가 더 있어요. 이렇게 기분이 싹 달라진 걸 보면.”
- 「정자 · 한국이라니, 고마워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