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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740526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꽉 움켜쥔 손에 힘이 풀리는 순간
1부 너에게 묻는 나의 안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지렁이
이런 것까지 극복해야 하나 싶지만―벌레
자꾸만 돌아가야 하는 그곳―쇠백로
한 점 세차게 내리치는 나무 위의 너처럼―큰오색딱따구리
성과 없는 삶은 실패한 걸까요?―잠자리와 목련
너도 혼자니? 나도 혼자야―겨울 파리
봄을 맞이하기 전에 하는 결심―애벌레
작은 꽃을 피워내는 마음으로―들꽃
2부 한낱 벌레에게도 친절한 사람이라면
연민과 혐오를 오가며―매미나방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민달팽이
당신이 좋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사람
아름다운 연둣빛을 손안에―사마귀
나무로 기억되는 사람―박태기나무와 계수나무
저도 고통을 느낀답니다―물고기
화분 위에 피어난 크리스마스―인도고무나무
제 몫의 삶을 다하고 떠난 생명에게 존경을―고양이
3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
새를 봅니다―일상틈‘새’ 관찰자의 기쁨
친숙하고도 강인한 귀여움―참새
어느새 안부를 묻게 되었어요―나무
오늘도 씩씩하게 걷는다―비둘기
완전한 절망이란 존재하지 않는 세계―거미
뒤뚱거리던 나의 친구에게―머스코비오리
어둠 속에 반짝임을 지닌―큰부리까마귀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어린 시절의 동물들
여름,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매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도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는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피곤한 영혼입니다. 세상이 좋다고 하는 것, 그래서 내 눈에도 좋아 보이는 것을 손안에 꽉 쥐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양손에 힘을 준 채로 우리가 만들어놓은 것들 속에서 이따금 길을 잃어버립니다. 새로 깔아 말끔한 보도블록 틈에서 솟아난 풀을 발견할 때, 예전에는 무서워하던 곤충을 가까이 바라볼 수 있게 되거나, 어제만 해도 들리지 않던 개개비의 울음소리를 듣고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아차릴 때면 이상하게도 손바닥이 빨갛게 파일 때까지 세게 움켜쥔 손에 힘이 풀렸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일단 길을 나서면 알게 된다. 흙 위에서는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다. 이불 속에 파묻혀 나 자신의 괴로움만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도 자연은 부지런하다. 겨울의 끝자락, 사방이 아직 흙빛이다. 봄이 오긴 하는 건가 의구심이 드는 찰나, 양지바른 언덕에 돋아난 초록 이파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작아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파란색 봄까치꽃이 점점이 돋았다. 개나리와 비슷하지만 동글동글한 노란 영춘화도 폈다. 꽃잎을 삐쭉 내민 산수유나무 너머로 왜가리가 나뭇가지를 물어와 집을 고친다. 걷고 보고 멈추고 냄새를 맡고 다시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동안, 나와 나를 괴롭게 만드는 문제로 꽉 차 있던 세상에 나무와 풀과 꽃과 새가 들어온다. -〈자꾸만 돌아가야 하는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