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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901255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2-08-25
책 소개
목차
10월 9
11월 50
12월 90
작품해설 118
작가의 말 13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살던 방을 보고 싶지만 지금 살고 있는 사람에게 실례일 것 같아 그냥 전체를 본다. 이 집에 대한 익숙함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걸, 올 때마다 느낀다. 전엔 할머니는 여전히 이 집에 계실 것 같고, 나만 멀리 떨어져나온 것 같았는데 요즘엔 할머니가 지금 나의 집에 같이 있는 것 같은 마음도 든다. 떠올리면 언제든 내 곁에 있는 것처럼.
이 공간엔 언니와 나, 둘뿐이다. 사람들 속에 있는 것도 좋지만 고요한 방 안에 혼자 있는 것도 좋아지는 요즘이다. 혼자 살 때는 오히려 느끼지 못했던 기분. 시원하게 몸을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 방에 누우면 수많은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니라 나 자신이 되는 기분이다. 이 세상에 내가 있구나. 나라는 사람이 숨을 쉬고 있구나. 여러 모습으로 여러 마음으로 종일 말하고 움직이다가, 몸과 마음에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나인 채로, 나로 살아 있는 상태로 나 자신이 되고 내 세상이 되는 것.
어릴 때 나는 잘못을 했을 때 야단을 맞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 내가 잘못을 하고, 야단을 맞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밤엔 날 안아주고 그런 일은 없었지. 부모라고 자식을 다 사랑하는 건 아닌가 보다 하면서도 나는 왜 매일 사랑을 바랐을까 모르겠어. 다행히 이제 더는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 그냥 그랬나 보다, 하게 되어버린 일일 뿐. 물론 왜인지 온전히 편안한 인생은 아닌 느낌이 들지만. 이대로도 괜찮도록 살아봐야지, 할 뿐이야. 어느 날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날 괴롭히는 기억들이지만 대부분의 날들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갈 수 있는, 그런 일과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