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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7156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4-10-14
책 소개
목차
그때는
작가의 말
이주란 작가 인터뷰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사위가 온통 고요하고 어두웠지만 휴대폰이 없던 때라 우리끼리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혼이 날까 봐 잔뜩 긴장을 했다. 혼날 이유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대로 도망을 가버릴까,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했다.
세미가 내 맞은편에 앉는다.
우리 반에 빈이라는 애가 있는데 글쎄, 걔가 날 싫어한대.
빈이가 널?
응. 그걸 또 엄청 말하고 다녀.
이런.
근데 난 걜 좋아하거든. 어떡해야 해?
흠.
알려줘, 이모. 내가 어떡해야 할지.
세미의 간절한 눈빛에 조금 고심하는
척을 하다가 말한다.
이모는 잘 모르겠어.
정말 몰라?
엄마한테 물어봐.
안 돼. 가족들한테는 비밀이야.
왜?
막 마음 아파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봐, 저렇게 바쁘잖아.
알았어. 일단, 네 현재 상태가 어떤데?
내 머리는 걔를 계속 좋아하라고
말하는데, 내 마음은 똑같이 미워하라고 말해.
네 마음이 걔를 미워하라고 한다고?
응. 상처받았으니까 되돌려주라고 말해.
아주 오랫동안 나는 이런 식의 대화들을 한심한 거라고 여기곤 했다. 세상의 단 한 사람도 원하지 않는, 조금의 쓸모도 없는 이야기.
걔가 날 좋아할 순 없을까?
그건…….
없지?
모르지…….
왜?
다른 사람의 마음이니까.
흠.
매미 울음소리가 일순간 멈췄을 때 은영 씨가 잡채 한 접시를 내려놓으며 세미와
놀아주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놀아주는 거 아닌데, 그치. 내가 말하고,
같이 노는 건데, 그치. 세미가 말한다.
게다가 유머 감각으로 치자면 오히려 세미가 나와 놀아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런 순간들이 내게 얼마나 커다란 안전감을 주는지 은영 씨가 알게 된다면, 아마 내게 백지수표를 내놓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