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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91168126770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3-07-19
책 소개
목차
핵가족 11
한국 독자 여러분께 407
감사의 말 412
리뷰
책속에서
태우는 도라전망대의 단에 올라가 죽 늘어선 쌍안경 뒤에 섰다. 그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오래전에 죽었으니까. 이제 윤곽만 남아 몸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 라 혼이 시들어가듯이 몸도 사라져버렸다. 살아 있는 친척을 찾을 때까지 이 정도로밖에 존재할 수 없었다. 태우 바로 아래에 서서 그의 다리 사이에 놓인 쌍안경을 보던 백인 관광객이 북한의 선전 마을을 발견하고 탄성을 지른다. 태우는 관광객의 머리에 발을 휘두른다. 그는 DMZ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싫다. 세계 곳곳에서 찾아와 북한과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천박한 스릴을 느끼는 사람들이 싫다.
산 자들이 노랑, 빨강, 분홍 리본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서 임진각의 울타리에 추억을 묶으면, 그 리본이 커튼 같은 벽을 만든다. 그리고 그 커튼 같은 리본 벽은 언젠가 활짝 열릴 것이다. 리본은 죽은 자들에게 희망을, 마침내 평화가 펼쳐지고 구름처럼 드리워진 철조망이 갈라지는 것을 보게 되리라는 희망을 주었다. 지금 리본이 할 수 있는 일은 벽을 찔러 구멍을 내는 정도였고, 산 자들이 일그러진 얼굴로 철책을 부여잡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죽은 자들에게 벽에 한계가 있다고 믿는 바보 왕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저건 내 아들이 아니야. 아빠는 어느 날 저녁에 그랬듯이 사실을 부정했다. 그날 그는 어릴 적 친구와 함께 있는 제이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텔레비전 화면이 파랗게 될 때까지 밤새도록 기다렸지만 제이컵은 집에 오지 않았다.
아빠는 어머니가 이럴 때 하라고 가르쳐준 대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하나님, 제발 저 사람은 제 아들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그레이스는 호흡을 가다듬고 일어났다. 잠시 후 그녀는 닭날개구이를 포장해 와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