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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127067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3-04-12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푸른은 짝사랑 전문가였다. 혼자 사랑에 빠졌다가 혼자 정리하는 일에 익숙했다. 이번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어설프게 다가갔다가는 망신만 당할 것이다. 게다가 회사 동료인데. 푸른은 구슬과 어떻게 해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얼마나 깊게 빠지든 모든 사랑은 지나간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푸른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뻐꾸기가 두 번을 다 울고도 자기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고장 난 건가?”
푸른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시계의 횃대에 앉아 있던 하얀 뻐꾸기(나무 조각에 하얀 칠을 했다)가 날개를 펼치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뻐꾸기는 점점 커지더니 진짜 새로 변해 침대 위에 앉았다.
“고장 난 건 아니고, 잠시 영혼을 되찾았다고 볼 수 있지.”
푸른은 너무나 놀라고 무서워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말하는 뻐꾸기를 쳐다봤다.
“오호! 아주 무난한 게 나왔네. 금방 끝낼 수 있겠어. 자, 어서 전화를 걸어!”
“누구한테?”
푸른은 영문을 알 수 없어 되물었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내가 말했잖아. 사랑의 보드게임이라고. 이 보드게임의 승패는 네가 사랑을 이룰지 아닐지에 달렸어. 주사위를 던져서 네가 이동한 칸에 쓰여 있는 지령을 따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지.”
‘그걸 왜 이제 말해?’ 푸른은 따지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싶어 화를 꾹 삼켰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다니. 푸른은 구슬의 얼굴을 떠올리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