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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0331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2-11-11
책 소개
목차
1부
뜨거운 꽃·12
수박씨의 시간·13
서낭바위 그 집·14
신서神書·15
소란한 묵서墨書·16
능수자작 한 채·17
무화과를 만나다·18
나의 부석사·20
약서랍을 열다·22
봄날 가지치기·23
와흘 본향단·24
잠원에 대하여·26
밀가루를 빚기로 했다·28
홀수가 옳다·30
시월, 적벽赤壁의 시간·32
동백, 아무개 아무날·34
2부
아스파라거스·36
슬쩍 밀어 닫은 방문·37
에티오피아 매화나무·38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39
저녁 풍경·40
저녁을 그려다오·41
오동나무가 사라졌다·42
명사산은 없다·43
마스카라를 샀다·44
붉은 새·46
니스, 푸른 비둘기·48
투르 가는 길·50
수상한 그릇·52
쓰지 말아야 할 시·54
3부
몸이 말했다·58
매에 찍히다·59
오십 그리고 오오·60
화양연화의 한때·61
벌레 도드리·62
멸치의 이름으로·64
중력에 대하여·66
거돈사가 비었냐구요·68
내 친구 프리스카·70
모래내 여지도輿地圖·71
주산지注山池·72
우체국, 모래내·74
살아야겠다·75
이 모든 생을 또 다시·76
오동나무가 사라졌다는 시를 쓴 이후·78
맙소사, 지나가는 중·80
4부
늙은 거미의 노래·82
구례구역·83
목어木魚·84
사순절의 어떤 아침·85
꿈이다 용서하지 마라·86
길몽인가요·88
나는 하느님이고 전쟁이고 슬픔이고·90
별을 얻다·91
나의 늙은 고양이·92
중학동 18번지·94
바퀴가 구르는 동안·96
애월, 칠월·97
머나먼 나무·98
누상동 분꽃·100
우리의 거리·101
성수대교 2020·102
자가 격리 중·104
코로나 코호트 코로나·106
느티와 조우하다·108
해설 | 이재복_주름과 상징·109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뜨거운 꽃
뿌리 속에 무쇠화로를 숨기고 있다
화로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삼키고 뱉어
어떤 형식이라도 거기 담기면 모두 내용이 된다
엄동의 한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검고 붉은 씨앗들과 희고 단단한 얼음과 오래된 무덤까지도
녹이지 못할 것이 없다
세상의 형식들은 불이 되었다가 물이 되었다가 공기가 되었다가
후 불어내면 붉은 동백이, 훅 삼키면 노란 수선화가 되는
화로가 만드는 내용
그래서 꽃이 딛고 선 화로는 본디고
꽃은
신성한 생의 끝, 말미에 있다
수박씨의 시간
씨앗이 흩어진 풀꽃 무늬 쟁반 위로
여름비가 내리고
우물처럼 깊어진 집
벌레가 두고 간 껍질과 짐승의 터럭을 안고
꽃은 제 시절에 늙어갔다
우물이 마르고 눈이 내리고
어긋난 무릎의 각질이 나이테로 쌓이는 동안
다시 풀이 자라고 꽃이 피고
수박씨의 수액이 붉은 홍수처럼 흘러내리도록
빙하기는 오지 않았다
질긴 방패를 뚫고 흘러나오는
수박씨가 우물을 삼킨 시간
온갖 풀꽃들과 짐승들을 키워낸 씨앗
누구나 한 생은 그렇게 시작된다
서낭바위 그 집
그 집에 갔다
천년만년 구멍바위들이 악기처럼 우는 해변
지나 보낸 시간들이 무덤처럼 늘어선
소나무를 머리에 꽂은 지붕은
무슨 영험한 세월을 지나 보냈는지
진한 흉터를 목도리처럼 감고 있다
젊은 여자가 다홍색 부채를 펼치더니
그렁그렁 사연을 풀어 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두드리지 않아도
목구멍을 열어 울어주는
신통한 해변
고성 오호 오호리
피멍 든 서낭바위 속
구멍마다 신이 든 채
갔지만 당도하지 않은
그 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