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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에 당신

주머니 속에 당신

곽애리 (지은이)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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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에 당신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주머니 속에 당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0621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곽애리의 시편들은 다채로운 낭만의 노래와 디아스포라로서 유목의 몸시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낭만적인 진술과 형태는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몸으로 발현하면서 시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포획한다. 그의 첫 시집의 다양한 질료들은 감각의 향연으로 살아 움직이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면서 현란하지만, 생명존중의 깨달음으로 귀결하는 특징이 있다.

목차

1부

첫눈·12
진동·14
절창絶唱·16
탱고·18
춤추는 지브라·20
해해해돋이·22
새벽·24
아침 장례·26
견고한 바다·28
pathways·30
개벽開闢·32

2부

회색 바위·34
기도·36
엄마를 닮지 마라·38
우기의 불효·40
잠옷·41
완벽한 날·42
부담·44
화해·46
길·48
이불·50

3부

가르마 그 희고 곧은 길·54
비의 지도, 애리조나Arizona·56
후러싱 외딴 골목·58
네 개의 창·60
징검다리·62
스위치를 내려버린 땅·64
남우주연상·66
마른장마·68
와아!·70
봉헤찌로의 눈물·72

4부

쌀·74
멸치 두 마리·77
밥상·78
밥을 먹으며·80
나야·81
당신의 혀·82
묵언黙言·84
지진·85
나무 베던 날·86
비단이끼·88

5부

재단사·90
디아스포라의 눈물 처방전·91
당신은 얼마인가요·92
당신, 언제 이곳을 기웃거리셨나·94
모자들의 행진·96
사막의 지도·98
그녀의 집에는 열 개의 창이 있어·100
90도는 싫어·102
주머니 속에 당신을 펼치는 날·104

해설 | 김영탁_낭만과 유목의 몸시 그리고 생명의 깨달음에 관한 시학·106

책속에서

첫눈

밤새 고요가 내려앉은
뒷마당 호랑가시나무
겨울 구름 덮고 잠들었네
흰 꿈 송이 사이로 고개 내민,
아직 다 익지 않은
빨강 열매

첫 몸앓이

꼬리 긴 내 어린 날의 면사포
이불 위, 젖은 발자국
붉은 새 다녀갔나

겨울 초승달처럼 수줍게 미소지던 입
내 소녀적 얼굴 보이네

세월 가도

첫눈은 사뭇, 떨려
처녀의 시원始原으로 열리는 세상

멀리 손짓하는
흰옷의 수피 댄서
눈 위에 그려놓은
붉은 심장

첫, 발자국


진동

우주는 120일,

나의 검지손가락만 한 아기 발이
작은 새의 발이 되어 허공을 힘껏 차내더니
왼쪽 어깨를 오른쪽으로 “홱”
바닥에 깔린 두 손을 빼내려 어깨 날개를 푸드득
안간힘으로
한쪽 무거운 공기를 밀어내더니
얼굴을 방바닥에 사뿐히,

‘뒤집었다’

환호성을 지르는 딸과 사위
오가지도 못한다는 갇힌 세월이라
사진과 영상으로 보내온 화면을 바라보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드네,

넓게 어둠이 깔린 하늘 아래에서도
지구의 어느 구석 불 켜진 작은 방에서도
넉달 된 아기는
노오란 맹금이 되어 온몸으로
부딪치며 밀고 열고 두드리며
세상을 배우는데,

나는 오늘 무엇을 했나


절창絶唱

화장도 특별한 의상도
예쁠 것도 멋질 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무대 위의 두 여인

열악한 스테레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그녀들의 벌린 팔이
나팔꽃 줄기 되어
허공에 꼬였다 풀어지고
입가에 꽃이 폈다 사그라진다
휘청이다 힘줄 세운
그녀들의 다리 사이로
관객들은 재를 넘고
강을 건너 어느 뫼를
넘어갔다 오는 건지

꾸미지 않은 옷매무새
분칠하지 않은 얼굴은,
바람난 이웃집 아줌마
처녀에게 남편 빼앗긴 내 엄마
폐결핵으로 시집 못 간 사촌 언니
유부남 사랑하다 자살한 동창생

무대 위에 춤추는 내 아는 이

한바탕 혼백을 뒤집는
사람아

춤에도 절창이 있다던데
울음조차 멍이 된
정지된 숨소리
몸의 시가詩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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