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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231542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6-09-23
책 소개
목차
생활의 원시성
거지 아파트
신을 잃어버린 꿈
콩자반과 진미채
설악동 폐허 탐방
노란 평상
수덕사 법고 소리
건축자들
우리가 가진 것은 몸뿐
새로운 참조
부록. 나머지 채집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생활의 풍경이자 그 풍경의 기원이다. 거대한 돌기둥만이 우리의 기원은 아닐 것이다. 과거의 원시 오두막이나 선사시대 건축만을 뜻하지도 않는다. 건축이 수많은 답을 정하기 전부터 인간이 자신의 몸과 삶을 위해 발휘해 온 판단의 감각, 그 감각에 나는 끌린다 _「생활의 원시성」
우리 동네에선 모두 자기 집을 판잣집이라고 불렀다. 영동개발 이후 서울 강남구 주택의 기본값이 아파트라면, 1980년대 서울 관악구 봉천5동에서는 집의 기본값이 판잣집이었다는 말이다. 거지 아파트는 그 모든 판잣집 중에 가장 판잣집다운 건축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진화한’ 판잣집이기도 했다. 한 가구도 아니고 여러 가구가 좁은 통로로 연결된, 벌집 같기도 개미집 같기도 한 판잣집의 연합체였다. 수많은 비정형의 세대들이 제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한 지붕으로 덮여 있었으니, 그건 홀로 서 있는 판잣집 이상의 존재감이었다. 어디부터 외부이고 어디부터 내부인지 분간이 안 되고, 내 것과 네 것의 경계에 물리적으로 금을 긋기가 어려웠다. 실내 공용 통로처럼 적당히 공적인 영역에는 내 살림이 놓일 수 있다는 심리적 경계만 있을 뿐이었다. 동굴이나 미로 같은 이런 실내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연결된 듯 끊겨 있고, 막혔다 하면 다시 나타나는 작은 사적 공간과 이야기가 있었다. _「거지 아파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