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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8340633
· 쪽수 : 488쪽
책 소개
목차
1부 직업
1 선택권
2 신용
3 순이익
4 적자
5 채권
6 대리인
7 파생 상품
8 비용
9 가치
10 헌금
11 계약
12 손실
13 인증
14 보유
15 부도
2부 계획
1 나침반
2 쌍안경
3 짐
4 정체상태
5 전망
6 언어
7 여정
8 문
9 관습
10 불가사의
리뷰
책속에서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
유능한 젊은 여성으로서 케이시 한은 번듯한 삶과 성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갈망한 것은 화려함과 통찰이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뉴욕 퀸스의 허름한 동네에서 자라난 한국인 이민자로서 그녀는 맨해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근면하고 힘겨운 삶을 넘어선, 눈부시고 화려한 인생을 꿈꾸었다.
“언니, 언니 그러지 마…… 제발.”
케이시는 아버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난 망가진 게 아니에요. 쟤도요.” 케이시는 티나를 가리켰다. “잘못 큰 게 아닌데 자꾸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말이지 넌더리가 나요. 아버지야말로 우리 같은 자식을 낳아서 복권 당첨된 줄 아셔야 해요. 왜 자꾸 우리가 잘못 컸다는 거예요? 도대체 왜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할 때가 없는 거냐고요? 집어치우라고요. 닥치라고요.” 그녀는 마지막 말을 조용히 내뱉었다.
조셉은 배 위에 팔짱을 낀 채 딸이 하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은 왜 또 내가 잘못된 거예요?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케이시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제 그녀도 흐느끼고 있었다. 아버지가 때렸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접한다고 항상 느껴왔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닌데.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돼있어요. 우리가 지난주에 계약 하나를 마무리했죠. 뭄바이 외곽의 대형 발전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인도 음식으로 한턱내는 겁니다. 알겠죠? 일본 담당 팀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스시를 먹겠죠.”
“그렇군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월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에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니, 그의 음성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좀 알겠다는 듯한 씁쓸한 감탄이 어려 있었다.
“이게 게임의 규칙이에요, 케이시. 주어진 건 손에 쥐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