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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8340640
· 쪽수 : 492쪽
책 소개
목차
11 기념품
12 보험
13 여권
14 환대
3부 은혜
1 대상
2 증기
3 디자인
4 가격
5 본뜨기
6 모형
7 가위
8 복귀
9 이음매
10 수정
11 시침질
12 안감
13 선물
14 왕관
15 스케치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테드 김은 월 스트리트에서 직장을 얻는 방식은 인맥이라고 여러 번 분명히 말했다. 유능한 사람에게는 연락이 오게 마련이다.
정말 끝내주게 일을 잘한다면 해당 업계 종사자들이 그 사람만 쳐다보게 된다. 뭔가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으면 경쟁사가 잽싸게 달려들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내민다. 더 나은 인생, 업그레이드, 더 큰 파이 조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실일까? 테드는 허풍이 심한 편이었지만 공적으로 그런 망신을 당하고도 가뿐하게 새로운 자리를 찾은 것만은 사실이었다. 은우 역시 테드의 말에 크게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은우의 업계에서 은우 정도라면 구직신문 같은 것을 뒤질 필요는 없다. 헤드헌터 업계에는 이런 금언이 있다. 채용될 사람은 서로 채용하려고 난리고, 잘리는 사람은 입질 한 번 안 온다고.
은우가 할 줄 아는 이 일에는 어딘가 섹시한 데가 있었지만, 그녀는 그가 크게 잃는 모습도 본 적이 있었다. 마냥 동경하기에 이 세계는 너무나 예측불가였고, 케이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안정감을 갈망하는 인간이었다. 그는 케이시가 친척처럼 아끼는 마음을 갖게 되었던 제이와 너무나 달랐다.
은우는 한국인이었지만 그녀에게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 역시 달랐다. 케이시는 칩을 내려놓은 뒤 협탁 첫 번째 서랍을 열고 호텔 필기도구를 찾았다. 버지니아에게 편지를 쓰기 좋은 시간이었다.
“인생은 복잡한 일투성이이고, 모든 걸 혼자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케이시. 굳이 그 길을 선택한다면 너무나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 가지 않을 수 없단 말이다.”
“사장님은 혼자 하셨잖아요.” 케이시는 이제 소리 지르고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날 도와준 건 한두 사람이 아니야.”
사빈은 케이시가 자존심이 지나치게 세다고 어느 때보다 확신했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날 도와줬어. 회계사는 내 첫 연말 정산 비용을 깎아주었고, 식당 주인은 내가 돈 한 푼 없을 때 공짜로 아침식사를 줬고, 제조업체는 내가 자격이 없을 때 신용거래를 해줬어. 정말이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날 도와줬단 말이다.” 사빈도 고함을 질렀다. “이름조차 다 기억 못 해.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왜 돕는다고 생각하는 거니? 선행은 돌고 도는 거야. 그게 핵심이라고, 빌어먹을! 넌 왜 그렇게 고집이 센 거냐?” 검은 눈동자 한복판의 진한 홍채가 바깥쪽을 빨아들이는 것 같더니 곧장 눈물이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