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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68343849
· 쪽수 : 436쪽
· 출판일 : 2026-04-28
책 소개
17세기 로마를 뒤흔든 독살 스캔들
★ 2025년 CWA 골드대거 수상작 ★
“책을 덮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완벽한 스릴러”_심사평
아내를 학대한 남자들 그리고 남편을 독살한 여자들
무색무취하고 치명적인, 독의 이름은 아쿠아
1659년 로마는 전염병이 휩쓸고 간 직후의 폐허 위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사랑마저 메말라버린 비정한 도시였다. 바티칸은 땅에 떨어진 교회의 권위를 세우고자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고 엄격한 법을 내세워 사람들을 옥죄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병에 걸려 죽었다기엔 얼굴색이 지나치게 좋고 시신이 썩지 않는 기이한 죽음들이 잇따른다. 당국은 이를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고 수사 판사 스테파노 브라키에게 은밀한 조사를 맡기는데, 그 끝에서 마주한 진실은 남편의 매질과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들이 선택한 무색무취의 독약 ‘아쿠아’였다.
당시 여자들은 전염병으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남편의 가정 폭력을 견뎌야 했고, 그러다 목숨을 잃더라도 사회가 이를 모른 척할 만큼 인권이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이처럼 출구 없는 절망 속에서, 아쿠아 제조법의 유일한 계승자 지롤라마 스파나는 그녀를 따르는 여인들과 연대하여 《비밀의 책》을 지키며 고통받는 아내들을 위한 비밀 조직을 움직인다. 법과 교회가 외면한 자리에서 그녀들이 나눈 지식과 독약은 단순한 범죄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탈출구이자 처절한 생존 전략이었다.
썩지 않는 시체들이 남긴 기괴한 질문
죄 없는 살인자들을 마주한 판사의 흔들리는 정의
젊고 유능한 수사 판사 스테파노 브라키는 권위적인 집안에서 차별받던 누이들을 보며 자란 탓에 여자를 소모품처럼 대하는 당대의 분위기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성공을 향한 뜨거운 야망을 품고 독살 사건을 추적하는 그이지만 수사가 깊어질수록 총독의 조사가 정의가 아닌 가톨릭 중심의 체제 유지를 위한 국가적 폭력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평민에게는 가혹하고 귀족에게는 너그러운 법의 이중성 앞에서, 그가 믿어온 정의의 근간은 뿌리째 흔들린다. 살인은 절대적 죄악이라는 법의 원칙과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독을 든 약자들의 현실 사이에서 스테파노는 방황한다. 권력의 명령을 따르는 대신 법의 칼날이 진정 향해야 할 곳을 자문하며, 자신만의 정의를 찾기 위해 치열한 고뇌를 이어간다. 냉철한 수사관의 시선과 인간적인 연민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심리적 서스펜스는 소설 후반부를 묵직하게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동력이 된다.
철저한 고증과 독창적 변주가 빚어낸 팩션(faction)
역사가 악녀로 기록한 이들의 지워진 목소리를 복원하다
안나 마촐라는 역사 속에 매몰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스릴러라는 장르로 꾸준히 복원해온 작가다. 실제 사건에 소설적 재미와 독창적인 변주를 더해 팩션의 전형을 보여주는 《비밀의 책》 역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지롤라마를 비롯한 여인들에게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작가는 역사가 그저 ‘악녀’로 기록하고 지워버린 존재들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다시 불러내며, 낡은 기록의 틈새를 파고드는 치밀한 상상력으로 남성들의 시선에 갇혀 있던 사건의 이면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비춘다.
장르적 쾌감과 묵직한 주제 의식을 인정받아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골드대거상을 거머쥔 《비밀의 책》은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범죄자가 된 약자들을 법은 과연 심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피할 수 없는 질문 끝에 이름 없이 사라질 뻔한 존재들의 삶을 놓아둠으로써, 잊혔던 이들의 목소리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서늘하고도 긴 여운으로 남게 한다.
목차
비밀의 책
작가의 말
참고 자료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소문이 돌고 있어. 이런 시기에 위험할 수 있는 소문. 역병이 지나갔음에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수의 남자들이 계속 죽어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네.”
스테파노는 팔의 솜털이 쭈뼛 서는 기분을 느낀다. “소문의 근거는 있습니까?”
“음, 일을 맡게 된다면, 바로 그 점을 자네가 알아봐주어야 해. 시장통에서 부녀자들이 떠들어대는 근거 없는 뜬소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어. 진짜 근거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바란초네는 고개를 끄덕인다. “느릅나무집 염색장이, 죽은 뒤에도 기이하게 시체가 보존된다는 소문이 내 귀에 들어온 건 이자가 처음이 아니야.”
“또 누가…….”
총독은 스테파노의 말을 자른다. “이름이나 구체적인 정보는 없고 그저 소문일 뿐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조사하는 것이 자네 임무일세.”
“로마는 다시 부흥하고 있네. 역병을 힘겹게 극복하고 가톨릭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중이지. 교황께서 로마가 새로운 질서의 본보기를 보이기를 바라고 계시는 판국에 이런 소문은 마땅치 않아.”
“교황께서도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계십니까?”
“당연하지. 교황께서 명한 일이야. 이건 교황청 차원에서 진행되는 성스러운 임무일세. 자네는 교황을 대리하는 조사관 자격으로 활동하게 될 거야.”
스테파노는 침을 삼킨다. 로마의 중심이자 가톨릭 세계 전체를 다스리는 영적 지도자인 알렉산데르 7세께서 명한 일이라니.
“그렇다면 기꺼이 제가 맡겠습니다. 이 임무를 제게 맡겨주신 것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바란초네는 와인을 다시 한 모금 마시며 미소 짓는다. “좋아. 하지만, 굳이 당부할 필요도 없는 일이네만, 극도로 신중히 행동하게, 극비리에 일을 진행해주길 바라네.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곤란하지 않겠나. 이 도시는 지난 몇 년 동안의 고통을 딛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어. 혹시라도 새로운 역병이 돈다는 소문이 퍼지면 분위기는 흉흉해질 걸세. 조사는 반드시 민중의 눈을 피해 진행되어야 하네. 최측근 말고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도록.”
그러니 가족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고, 법에 호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안나는 경찰과 법정이 자신을 돕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남편이 하는 짓은 대부분 법적으로 정당하며, 정당하지 않은 일들? 그런 것들은 안나가 입에도 담을 수 없다. 주님 앞에서조차.
로마에서는 어떤 경우 남편은 아내를 죽여도 된다. 순간적인 격정에서 비롯된 행위라면 죄가 되지 않는다. 여자의 생명에는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 아니, 법은 그녀를 돕지 않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혼인 무효 청구를 할 수 있지만, 변호사를 고용할 돈도 없을뿐더러 그럴 돈이 있다 해도 서류가 도착하자마자 필리프는 그녀를 죽일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누가? 어떻게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문틈으로 불빛이 보인다. 나무가 주저앉는다. 이제 곧 그가 들어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