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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와일드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

이원영 (지은이)
글항아리
2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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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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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와일드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생명과학 > 생물학
· ISBN : 9791169092104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5-07-10

책 소개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를 첫 책으로 극지동물 이야기를 해온 지 8년, ‘펭귄 박사’ 이원영이 『와일드: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로 돌아왔다. 이번엔 펭귄 얘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극지만 다루는 것도 아니다. 미생물에서 유인원까지 종을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집 앞 가로수에서 인간에게 알려진 가장 깊은 바다(마리아나해구)까지 서식지도 가리지 않는다.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를 첫 책으로 극지동물 이야기를 해온 지 8년, ‘펭귄 박사’ 이원영이 『와일드: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로 돌아왔다. 이번엔 펭귄 얘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극지만 다루는 것도 아니다. 미생물에서 유인원까지 종을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집 앞 가로수에서 인간에게 알려진 가장 깊은 바다(마리아나해구)까지 서식지도 가리지 않는다. 제목부터 『와일드』인 이 책은, ‘야생’이란 길들여지지 않은 장소를 현장 삼아 그곳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번식하는 온갖 동물의 분투기를 다룬다. 그 각양각색의 삶은 진화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꿰어진다. 이 관점 아래선 생김새 하나 행동 하나가 모두 질문하고 해석할 코드가 된다.

동물이 살아 움직이는 곳,
그곳이 현장이다


“동물은 한곳에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저리 자유로이 움직인다. 따라서 동물이 살아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곳이라면 어디든 야외생물학자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 그곳이 어디든, 동물이 나를 찾아와주지 않으니 내가 동물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9) 어린 시절 잠자리와 매미를 잡겠다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던 소년은 이제 전 지구로 탐색 범위를 넓혀 남극에서 펭귄을, 북극에서 기러기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동물을 만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곤충을 채집하며 기뻐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이제는 펭귄을 포획하며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고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한다. 살금살금 조심스레 다가가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그의 눈앞에서, 동물들은 먹고 자고 쉬고 놀고 싸우고 사랑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관찰자의 눈’은 그렇게 생겨난다.

저자도 이것을 그냥 가지게 된 건 아니다. 더 이상 ‘그릇된 사랑’으로 동물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다짐한 후 책으로 호기심을 채우며 동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 그는, 조상들과 선대 연구자들이 쌓아온 과학적 지식으로 동물을 만나는 법을 배웠다. 쇼베동굴의 벽화를 그린 크로마뇽인, 진화생물학의 시초가 된 찰스 다윈, 처음 동물행동학자가 되겠단 꿈을 갖게 해준 제인 구달…… 그리고 이제는 지구 곳곳에서 최첨단 기술로 동물행동의 새로운 비밀을 밝혀내고 있는 동료 과학자들까지 모두가 스승이다. 직접 이름을 붙여준 연구동물인 젠투펭귄 ‘남극이’와 ‘세종이’도 과학이 가르쳐준 방식으로 만났다. 이 책은 이렇게 동물을 만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며 비로소 관찰자의 눈을 갖게 된 학자로서 그의 여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야생동물을 제대로 만나기 위한 동물행동학의 기본과 응용, 그것의 이 책의 핵심이다. 독자가 야생의 세계에 발을 들여 자기만의 탐험을 해내갈 수 있도록, 동물행동학자가 되기까지 배우고 익힌 과학기술과 지식, 오늘날 그와 동료들이 최전방에서 밝혀내고 있는 새로운 사실들,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며 터득한 태도와 요령을 모두 녹여냈다. “이것을 알면 야생동물을 전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고, 나아가 그들과 특별하게 연결될 수도 있다”(15)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동물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과정과 방법을 다룬다. 동물행동학의 주요 주제인 생존과 짝짓기, 이주, 공생, 먹이 활동과 휴식을 비롯해 의식과 감정, 인지 능력과 의사소통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오늘날 동물 삶의 위기와 직결되는 주제인 동물윤리와 기후위기 문제도 논의해보고자 했다. 그 여정에는 미생물부터 유인원까지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지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은 펭귄을 비롯해 내 연구종들이 속한 조류다. 이 책에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사례가 언급되는데, 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동물행동학의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동물행동 연구의 새로운 방법들을 상세히 소개해보았다. 이 대목에선 바이오로깅으로 펭귄을 비롯한 극지 동물의 잠수행동과 의사소통, 수면에 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드론으로 흰죽지꼬마물떼새 둥지를 찾거나 분홍발기러기를 추적하는 과정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_15쪽

기러기를 따라 하늘로,
물범을 따라 물속으로


이 책은 짝짓기, 색과 체형, 집단생활, 공생, 이주행동, 체온조절, 수면, 인지와 감정, 의사소통, 동물윤리, 기후위기까지 동물 삶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그런 만큼 길고 복잡할 것 같지만, 마음먹고 읽으려고 하면 하루 만에도 다 읽을 수 있다. 페이지마다 흥미진진한 연구 사례와 그에 딱 들어맞는 생생한 동물 사진이 가득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선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 적힌 세밀한 설명에는 그 동물로 산다는 게 어떤 생일지 상상해보게끔 하는 매혹이 있고, 함께 실린 사진에는 그 상상에 색채와 표정을 부여하는 동물 삶의 다이내믹이 있다.

암컷이 더 큰 몸집과 화려한 깃털로 경쟁을 벌이며 여러 수컷을 차지하는 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 한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50년 이상을 해로한다고 알려져 있는 일부일처제 조류 나그네앨버트로스, 꿀벌의 생김새를 흉내 내 독침 없이도 독침을 지닌 효과를 누리는 꽃등에, 평소엔 초록색 등으로 위장을 하고 있다가 위험 상황에선 배를 뒤집어 붉은색으로 경고를 보내는 무당개구리, 섭씨 영하 90도의 극한 환경에서 허들링을 하며 체온을 나누는 펭귄들, 사냥감에 따라 무리 규모를 조절하는 사자, 항문 냄새로 개체를 인식하고 소속 집단을 확인하는 하이에나, 발광세균인 비브리오피스케리Vibrio fischeri의 도움을 받아 어두운 바닷속에서 빛을 내며 포식 위험을 낮추는 하와이짧은꼬리오징어, 해마다 북극 그린란드와 남극해를 오가며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 600미터 이상 잠수하며 수중에서 40분 넘게 숨을 참는 웨델물범, 작고 통통한 귀로 열 손실을 줄이는 북극여우와 더운 아프리카에서 큰 귀로 열을 발산하는 박쥐귀여우, 비행을 하면서 잠을 자는 큰군함조, 나뭇가지로 도구를 만들어 쓰는 뉴칼레도니아까마귀, 늑대의 하울링과 꿀벌의 8자 춤과 오징어의 피부 패턴과 코끼리의 초저주파와 침팬지의 그루밍,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며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회색앵무…… 말 그대로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동물의 특별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다종다양한 동물의 삶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지는 건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다. 이 책은 그동안의 저서에서 상세히 언급되지 않았던 저자의 연구도 소상하게 다룬다. 관악산 까치가 개체 수준에서 인간을 구별한다는 사실을 밝힌 대학원 시절 첫 논문이 그 시작이다. 이후 극지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저자는 펭귄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분석해 이들이 단식 기간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고, 턱끈펭귄에게 바이오로거를 부착해 이주 경로를 확인했으며, 드론에 열화상카메라를 덧붙여 흰죽지꼬마물떼새의 둥지를 식별해내고 분홍발기러기의 깃갈이행동을 관찰했다. 그 밖에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나비 표본 300여 종을 활용해 유럽 나비의 체색과 체온조절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기도 했고, 턱끈펭귄의 뇌파신호를 분석해 이들이 평균 4초씩 11시간 쪽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며, 젠투펭귄에게 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해 이들이 바다에서 음성신호로 의사소통한단 걸 확인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연구의 의미는 특정 연구종의 어떤 행동 하나를 진화적 관점에서 살피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극지 동물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가혹하고 민감하게 경험하는 종으로서, 이들의 먹이 활동, 의사소통 방식, 수면 패턴, 이동 경로 등에 관한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한 동물의 행동 반응을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초 작업이 된다. 이러한 작업이 쌓이면 쌓일수록, 동물행동 연구는 특정 개체군 보호, 특정 서식지 보호 차원을 넘어 더 많은 종을 포괄하고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는 보호 전략의 신뢰도 높은 근거가 되고, 생태학적·보전학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니게 된다.

과학의 객관성 안에서 ‘관계’를 고민하다
―연구자와 연구종의 상호작용


“연구 대상인 동물을 마주할 때면 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하는 저자가 이 책의 후반부를 동물윤리와 기후위기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데 할애한 것은 필연적인 전개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물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철저히 관찰자의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행여나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거나 자칫 동물의 행동과 생태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늘 경계한다. 하지만 종종 난처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동물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들을 애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동물의 삶에 심정적으로 깊이 빠져들어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된다. (…) 나와 같이 펭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펭귄의 미래를 걱정한다. 남극에선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펭귄 개체군도 변화를 겪고 있다. 제인 구달이 아프리카의 밀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극지동물을 연구하는 이들은 남극해 보호를 외치는 보전생물학자가 되기도 한다.
_30쪽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저자는 그래서 야생의 위기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야생성의 박탈이라는 개체(군) 수준의 위기에서부터 야생 자체의 파괴라는 전 지구적 위기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나타난다. 갇혀 살며 조련당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숨을 참아 죽음을 택한 돌고래 캐시, ‘갈비 사자’로 불리며 열악한 사육 환경과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다 구조된 사자 바람이, 그 밖에 극단적으로 줄어든 활동 반경과 심각한 행동 제약, 생태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사육 환경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동물들, 애초 실험과 도축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동물들까지, 야생성을 빼앗긴 사육동물들의 모습은 이 책 중후반부까지 등장하며 역동적인 생명력을 보여주는 야생동물의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저자가 직시하듯,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해서 위기를 겪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잘 보존된 자연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해야 겨우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인데, 인류세와 기후변화라는―생활 환경과 적응 방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기가 닥쳤다. 모래 온도에 따라 알의 성별이 결정되는 바다거북은 점차 뜨거워지는 모래로 극심한 성별 불균형을 겪으며 개체군 전체가 소멸 위험에 처해 있는가 하면, 외뿔고래는 바다 얼음이 불안정해지면서 숨 쉬러 나올 구멍을 찾지 못해 질식해가고 있다. 아남극권에 사는 남방큰재갈매기와 황제펭귄이 남극권에서 발견되고, 빙산 조각에 길이 막혀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펭귄 번식지는 둥지마다 굶어 죽은 새끼들로 넘쳐난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목도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야생의 환경에서 동물을 관찰하며 내 마음을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그들의 위기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동물의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의미 있는 지속을, 좀더 바란다면 희망을 말하려 한다. 사육시설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의 사정 끝에는, 법인격체로 인정받아 동물원에서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풀려난 오랑우탄 산드라 이야기가 나온다. 붕괴되는 빙하를 두 눈으로 바라보고 온난화로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펭귄 개체군을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하면서도 직접 관찰하고 이름을 붙여준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목소리를 내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야생에서 동물을 만나려는 독자를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연구동물을 위해 낸 현장에서의 목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여전히 스스로 왜 동물을 관찰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동안의 저서에 담긴 간절한 바람에 그 목적이 담겨 있는 듯도 보인다. 이 세상의 모든 동물이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이 책은 그 바람을 목적 삼아 오늘도 야생을 누비는 저자가 우리에게 내미는 자연으로의, 자연을 위한 행동으로의 초대다.

목차

들어가며
1장 관찰자의 눈
2장 동물의 짝 고르기
3장 동물의 짝짓기
4장 동물의 색
5장 모여 사는 동물들
6장 공생의 기술
7장 이동하는 동물들
8장 동물을 관찰하는 새로운 방법
9장 추위와 더위
10장 동물의 잠
11장 동물의 지혜
12장 동물의 의사소통
13장 고통과 슬픔
14장 잃어버린 야생
15장 야생의 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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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원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야외생물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관찰과 기록을 직업으로 삼아 동물행동에 담긴 진화의 시간과 과정을 연구한다. 서울대학교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실에서 까치 연구로 박사 과정을 마쳤고, 지금은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동물을 지켜보고 있다. 정원이 있는 집에서 새를 관찰하는 이가 되어 늙어가기를 희망한다. 지은 책으로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물속을 나는 새』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펭귄의 여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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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동물을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들을 애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동물의 삶에 심정적으로 깊이 빠져들어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된다. 연구 대상인 동물을 마주할 때면 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관계는 연구자와 연구종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며, 여기엔 서로를 만나 관련을 맺는 과정이 수반된다. 나도 연구를 이어가다 보면, 구달이 그랬듯 관계를 맺게 된 동물들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이름을 붙여줄 때가 있다. 과학 연구를 하는 사람이 동물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동물행동학자가 동물과 관계를 맺지 않고 제대로 된 관찰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와 같이 펭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펭귄의 미래를 걱정한다. 남극에선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펭귄 개체군도 변화를 겪고 있다. 제인 구달이 아프리카의 밀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극지동물을 연구하는 이들은 남극해 보호를 외치는 보전생물학자가 되기도 한다.


경쟁에서 승리한 암컷은 여러 수컷을 차지하는데, 짝을 지은 암컷은 둥지에 알만 낳아주고 곧 자리를 떠난다. 남겨진 수컷은 둥지에서 홀로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운다. 그린란드 현장 조사 때 야외에서 처음 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를 보았다. 새끼와 돌아다니는 성체를 보고 당연히 암컷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캠프로 돌아와 도감에 실린 삽화와 설명을 보니 새끼들과 함께 있는 칙칙한 깃털을 가진 개체가 수컷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속으로 ‘도감에 오타가 났구나! 저자가 암컷을 수컷이라고 잘못 적었네’ 하고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는 걸 확인한 건, 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의 생활사에 대해 알고 난 뒤였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여러 동물을 관찰하며 다양한 형태의 짝짓기를 숱하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동물계에서 성역할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생물이 겪어온 진화의 역사이자 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이며,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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