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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생명과학 > 생물학
· ISBN : 9791169092104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5-07-1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장 관찰자의 눈
2장 동물의 짝 고르기
3장 동물의 짝짓기
4장 동물의 색
5장 모여 사는 동물들
6장 공생의 기술
7장 이동하는 동물들
8장 동물을 관찰하는 새로운 방법
9장 추위와 더위
10장 동물의 잠
11장 동물의 지혜
12장 동물의 의사소통
13장 고통과 슬픔
14장 잃어버린 야생
15장 야생의 위기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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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동물을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들을 애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동물의 삶에 심정적으로 깊이 빠져들어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된다. 연구 대상인 동물을 마주할 때면 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관계는 연구자와 연구종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며, 여기엔 서로를 만나 관련을 맺는 과정이 수반된다. 나도 연구를 이어가다 보면, 구달이 그랬듯 관계를 맺게 된 동물들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이름을 붙여줄 때가 있다. 과학 연구를 하는 사람이 동물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동물행동학자가 동물과 관계를 맺지 않고 제대로 된 관찰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와 같이 펭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펭귄의 미래를 걱정한다. 남극에선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펭귄 개체군도 변화를 겪고 있다. 제인 구달이 아프리카의 밀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극지동물을 연구하는 이들은 남극해 보호를 외치는 보전생물학자가 되기도 한다.
경쟁에서 승리한 암컷은 여러 수컷을 차지하는데, 짝을 지은 암컷은 둥지에 알만 낳아주고 곧 자리를 떠난다. 남겨진 수컷은 둥지에서 홀로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운다. 그린란드 현장 조사 때 야외에서 처음 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를 보았다. 새끼와 돌아다니는 성체를 보고 당연히 암컷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캠프로 돌아와 도감에 실린 삽화와 설명을 보니 새끼들과 함께 있는 칙칙한 깃털을 가진 개체가 수컷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속으로 ‘도감에 오타가 났구나! 저자가 암컷을 수컷이라고 잘못 적었네’ 하고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는 걸 확인한 건, 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의 생활사에 대해 알고 난 뒤였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여러 동물을 관찰하며 다양한 형태의 짝짓기를 숱하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동물계에서 성역할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생물이 겪어온 진화의 역사이자 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이며,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