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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69255554
· 쪽수 : 428쪽
· 출판일 : 2023-02-0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청소하는 남자는 지난 몇 주간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둔 소박한 쓰레기 보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두 23번지에 있는 집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다년간 자신이 치밀하게 짠 철칙에 따라 공들여 분류하고 엄선한 물건들이었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쓰레기통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말해주는 법이다. 왜냐하면 사람과 달리 쓰레기통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버리는 물건들을 통해 많은 걸 알아낼 수 있다. 사실상, 이는 남자가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일종의 방식이었다. 그렇다고 모두와 그런 상호작용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오로지 자신과 비슷한 부류였다.
외로운 사람들.
“사인은 정체불명의 어마어마한 외력이라고 할 수 있지.”
상투적인 그 마지막 말은 대개 법의학자가 사망의 형태가 거칠고 잔혹할 때 보고서 말미에 의례적으로 적어 넣는 문구였다. 범인 없는 살인 사건의 경찰 보고서나 판결문 말미에서 만날 수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대개 시신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 신원 파악이 불가능한 사건과 겹치기 마련이다.
사냥하는 여자는 이름 없는 그 팔에서, 그 팔의 주인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줄 수 있는 특이 사항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60대 여성의 개인적인 삶, 그녀의 집, 인간관계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남다른 특징 같은 것. 하지만 며칠간 물속에 잠겨 있었던 탓에, 훼손되고 퉁퉁 붓고 창백해진 사지의 일부분에 남아 있던 유일한 과거 흔적은, 손톱에 칠해진 빨간 매니큐어가 전부였다.
사냥하는 여자는 그중에서 손톱 하나가 부러져 있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인간의 피부는 일종의 백지 같은 거야.” 법의학자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가끔은 그 백지 위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을 때가 있어. 그래서 우리는 시신에 남아 있는 지문이나 유기물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외선을 사용해. 그런데 솔직한 말로, 이런 걸 보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그는 네온등을 켜는 동시에, 먼저 켜두었던 특수 조명을 발로 조작해 껐다. 시체 안치실이 갑자기 어둠 속에 잠겼다. 보이는 거라고는 희미한 보라색 후광뿐이었다. 실비 박사는 네온등을 네소에서 발견된 팔 가까이 가져간 다음, 피해자의 손등 바로 위를 비추었다.
살갗에 문구 하나가 나타났다. 보이지 않는 잉크로 찍은 문신처럼 보였다.
‘댄싱 블루—음료 한 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