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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세계패권과 국제질서
· ISBN : 9791171251506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3-10-2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 우리가 ‘아는’ 중동은 없다
Part 1 한눈에 살펴보는 중동의 복잡한 현실
1장 민족과 종교, 종파가 서로 다른 중동
2장 우리는 중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3장 아직도 2% 부족한 중동 분석
Part 2 중동으로 쏠리는 전 세계의 시선
1장 파격적인 개혁 개방을 선포한 걸프 산유국
2장 ‘아브라함’의 이름으로,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3장 지역 헤게몬 자리는 나의 것
4장 중동의 민주주의 퇴보와 미국의 개입
Part 3 예측이 불가능한 중동의 격변
1장 독재자의 착각, 엘리트의 변심, 시민의 계산
2장 아랍의 봄, 그 후 10년
3장 2021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재집권
Part 4 MZ 세대의 등장과 이슬람 테러 조직의 변화
1장 이슬람주의 운동의 특징적 변화
2장 비대칭 틈새 공격인 ‘테러’의 공포
3장 이슬람 테러 조직의 프랜차이즈화
에필로그: 중동 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주
참고 문헌
도판 출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중동 읽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선 중동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중동에는 20개국이 있고 이들 나라에 아랍, 튀르크, 페르시아, 유대, 쿠르드 민족이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를 믿으며 산다. 아랍 민족은 튀니지,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Palestinian Authority), 이라크, 알제리,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요르단, 모로코, 시리아, 리비아, 예멘의 다수 민족이다. 튀르크 민족은 튀르키예, 페르시아 민족은 이란, 유대 민족은 이스라엘의 다수 민족이며 쿠르드 민족은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 내에서 소수민족으로 분류된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지만 같은 무슬림이라도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뉜다. 이스라엘은 국민 대다수가 유대교를 믿는 국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대표국이며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이다. 레바논 인구의 40%는 기독교도이며 이집트 내 콥트교회 신도는 1억 명이 넘는 전체 인구 가운데 10~15%를 차지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스키를 타고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운 마천루가 즐비한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해 8개국에서는 아직도 왕이 지배한다. 비非왕정 국가 가운데 튀니지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비민주주의 체제다. 이들 중동 국가 가운데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는 G20 회원국이다.
중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양분되는데, 끊이지 않는 폭력과 분쟁의 원인이 ‘이슬람 문화’ 자체라고 주장하는 쪽과 ‘식민 지배의 유산’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학계에서는 후자의 목소리가 꽤 크다. 많은 나라가 제국주의의 영향 아래서 근대국가의 기초를 다진 후 비대해진 국가와 위축된 시민사회라는 부작용을 겪었기에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독립 이후 신생 엘리트가 발전을 핑계로 식민 지배 시기의 강권기구를 복원해 독재정치를 펼쳤더라도 원죄는 제국주의에 있다고 보기도 한다. 우리의 사정도 비슷하다. 평화의 종교인 이슬람을 오해한다는 호통과 중동의 혼란은 영불(英佛) 제국주의에 이은 미국 패권주의와 유대 자본의 음모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이런 시각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가 쓴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 크게 의존한다. 컬럼비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였던 사이드는 오리엔트, 즉 중동 이슬람 세계의 문제는 전적으로 제국주의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나아가 서구는 제국주의의 파괴적 음모를 은폐하려고 오리엔트를 의도적으로 비하하며 오리엔탈리즘이란 학문을 체계화했다고 강조한다. 사이드는 헌팅턴과 정반대의 스펙트럼에 있다
1985년생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살아 있는 ‘절대 권력’이 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중동에서 개혁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왕세자의 주도로 석유 의존 경제의 위기 도래와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에 맞춰 산업의 다각화와 개방 사회를 목표로 과감한 개혁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왕세자는 시민의 이슬람법 준수를 단속한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5천여 명에 달하는 종교 경찰을 거리에서 사라지게 했다. 여성의 운전과 축구장 입장, 남녀 혼석, 영화 상영과 콘서트 개최를 허용하고 태형을 금지했으며 사형제 폐지를 논의했다. 새로운 국영방송에서는 동성애 주제를 다루고 데이트 앱에 대한 금지도 풀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세금을 걷었고 보조금 제도를 없앴다.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네옴 프로젝트 발주에 전 세계가 앞다퉈 경쟁에 나섰다. (…중략…)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의 개혁과 관련해 유독 국내 사회·경제 부문만 집중 조명을 받았다. 사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대외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도 천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팽창주의와 미국의 역내 역할 축소 선언으로 안보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의 영향력 부상, 미중 경쟁의 심화도 지정학적 불안정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대외 정책 환경의 변화 속도가 저유가에 따른 재정 압박보다 훨씬 빨랐다. 왕세자는 투명하고 다양한 외교 안보 처방을 선언했다. 친미 밀실 외교를 고집해온 사우디아라비아로선 파격적 일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