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2131692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4-11-30
책 소개
목차
병
1부
간도
옥
황해
2부
평양
역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추천의 말
부록 - 〈동광〉 제23호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씹어서 연하게 만든 것이 목구멍을 지나가는 느낌이 어땠는지 떠올릴 수 없게 되었다. 침만큼은 아직 나오지만 넘어가지 않고 입술 양옆에 고이기만 한다. 목구멍이 거칠어져 일부러 마른침을 삼켜보려 할 때마다 부대끼고 거슬린다. 주룡은 나무를 떠올린다. 손을 넣어 만져볼 수 있다면, 우선 식도를 지나갈 때 죽은 나무의 좁은 옹이구멍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는 듯한 통증을 느낄 것이고, 내장들은 손이 스치는 대로 낙엽처럼 바스러질 것이다. 그대로 뒷구멍까지 손을 밀어 넣어 뽑고 어깨를 구겨 넣고, 머리도, 나머지 한 팔도 넣으면…… 배가 부르겠지. 나는 뒤집히겠지.
시집올 때야 이런 날이 올 줄을 어찌 내다보았으랴. 솔직한 말로 주룡은 나라가 무엇이고 독립은 또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나를 지켜주지도 돌보아주지도 못한 나라가 독립은 해서 무슨 소용인가. 나라의 이름 같은 것은 내 알 바가 아니다, 내 가족이 굶지 않고 춥지 않게만 살면 됐지. 주룡의 생각은 그랬다. 떳떳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지도 않은 마음이었다. 독립군 바람이 든 어린 서방에게 기어이 가려거든 저를 데려가라 우긴 것도 서방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었다.
주룡은 공을 독차지하고 이름을 떨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전빈이 언젠가 했던 말처럼 주룡이 독립을 원하는 것은 제 임자 때문이다.
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독립된 나라에 살기를 바라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