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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73321023
· 쪽수 : 188쪽
· 출판일 : 2025-02-27
책 소개
목차
가을 11
겨울 57
봄 109
여름 173
옮긴이의 말 179
리뷰
책속에서
짧게 자란 풀들로 뒤덮인 평원은 붉고, 내 손도 빨갛고, 부풀고 찢긴 얼굴은 더는 전과 같지 않다. 신화의 시간처럼 불분명함이 지배하고, 나는 얼굴에 벌어진 틈으로 인해 윤곽이 사라진, 체액과 피로 덮인 모호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죽음은 아니기에.
꿈은 꾸는지? 어떻게 설명할까. 네, 항상요, 하지만 꿈을 꾸기 전에 다른 것을 해요, 나는 기억해요, 나는 매일 밤, 잠에 들기 전에 그 장면을, 내 삶이 전복되기 전의 시간들을 다시 떠올려요.
나는 오늘 중요한 것을 이해했다. 이 전투에서 치유된다는 것은 단지 자기중심적인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는 정치적인 행위이다. 내 몸은 서구의 의사가 시베리아의 곰과 대화하는 영역이 되었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대화를 시도하는 영역이. 내 몸으로 현화한 이 작은 나라의 심장부에서 형성되는 관계는 불안정하고 연약하다. 이 나라에는 화산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모든 것이 뒤집힐 수 있다. 의사와 나, 그리고 곰이 내 몸 깊숙이 두고 간 정의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할 일은 이제 ‘이 소통을 유지’하는 데 있다.
곰에 맞서 생존한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 ‘다가올 일’에 맞서 생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변화의 재개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우리를 매료시키는 단일성은 결국 그것의 본래 모습인 환상으로 판가름 난다. 형태는 그것만의 고유한 도식을 가지고 재구성되지만, 그것에 사용되는 요소는 모두 외부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