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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91185153032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4-08-18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8
1장. 책이 집을 파괴한다 17
분명 어딘가 있는 책을 사는 처지에 | 완벽한 장서 공간이 되리라 믿었는데 | ‘바닥을 뚫은 남자’ 사건 | 장서로 바닥을 뚫은 저명인사 | 종이봉투의 무게를 못 견디고, 쾅! | 일주일 만에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2장. 장서는 건전하고 현명하게 28
버릴 것인가, 팔 것인가 | ‘이사’야말로 책을 처분할 최적의 기회 | 2천 권을 줄여도 꿈쩍도 안 해 | 원하는 책은 전부 가지고 가세요 | 팔아버린 다음 날, 또 샀다
3장. 장서 매입의 이면 38
책은 순환하고 재생한다 | 아픔의 보상은 40만 엔 | ‘양질’의 문고가 줄고 있다 | 두 상자에 1만 엔, 열 상자에 5천 엔? | 헌책방 주인은 장사에 서툴다 | 헌책을 사고파는 행위에는 드라마가 있다
4장. 책장이 서재를 타락시킨다 51
장서량은 주거환경의 넓이에 비례한다 | 햇빛 잘 드는 창 아래 깨끗한 책상 | 이상적인 서재는 교도소? | 서재의 타락은 책장에서 | 책상 주변에 쌓인 책이야말로 쓸모 있다 | 부동산에는 나쁜 조건, 장서에는 좋은 조건 | 멀쩡한 인생을 내팽개친 사람
5장. 책장 없는 장서 풍경 66
책 주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책장 | ‘조제’에게 책장이 필요 없던 이유 | 생활공간은 밤낮으로 깔린 이부자리뿐 | ‘장서가 즐거운’ 시절 | 2년에 걸친 장서 ‘다이어트’
6장. 다니자와 에이치의 서재 편력 77
시작은 다시 읽은 책 한 권 | 초등학생 때부터 헌책방을 들락날락 | 다니자와 에이치의 ‘전설’의 서재 | 오래된 복도는 장서 공간 | 철제 책장은 지진에 약하다 | 장서의 생명은 ‘분류’에 있다 | 헌책방 주인은 어떤 생각을 하며 책을 묶을까? | 이류를 찾아 읽는 보람
7장. 장서가 불타버린 사람들 99
사카자키 시게모리의 숨겨진 서재 | 불타면 후련해진다 | 나가이 가후의 책 말리는 날 | 공습으로 장서가 하룻밤 새 잿더미로 | 집에 불이 날까 늘 노심초사 | 종이는 탔는데 활자는 그대로 남았다고? | 돌고 돌아 다시 내 손에 | 책이 타는 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운명
8장. 책이 사는 집을 짓다 120
책장은 ‘벽 먹는 벌레’ | 〈마이 페어 레이디〉 속 서재 같아 | 어머니 왈 “책이 날 죽이겠어!” | SF와 추리물을 좋아하던 소년 | 건축가를 찾아라 | 나무 바닥은 약하고 책은 무겁고 | 이런 집을 지어서는 안 돼 | 책을 너무 배려한 나머지 생긴 실패
9장. 트렁크 룸은 도움이 될까? 136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 ‘읽다’에서 ‘사다’로의 변신 | 순식간에 트렁크 룸이 꽉 차 | 연간 20만 엔이 책 보관료로
10장. 적당한 장서량은 5백 권 145
다다미 넉 장 반짜리 방 한 칸이 그리워 | 〈애처이야기〉 속 책 상자 두 개 | ‘올바른 독서가’란? | 단 한 권부터 장서를 꿈꾼다 | 한 권의 책도 없던 이나가키 다루호 | 〈언젠가 책 읽는 날〉 속 그녀 | 미나코의 장서는 5천 권? | ‘노란 책’ 버전 ≪티보 가의 사람들≫
11장. 남자는 수집하는 동물 162
목표가 있기에 수집한다 | 양식 있는 독서가에서 밀려나는 순간 | 남자는 왜 물건을 모으는가 | 진정한 수집가 정신 |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12장. ‘자취’는 장서 문제를 해결할까? 174
‘쇼와’는 상투다 | ‘자취’가 뭐야? | 곤란한 건 비행기 이착륙 때뿐? | ‘전자서적’이라 불리는 한 널리 보급되진 않아요 | ‘자취’ 추진파 시인 | 책의 무게로 집이 기운다 | 부인이 보기에 그럴듯한 책만 꽂아두다
13장. 도서관이 있으면 장서는 필요 없다? 190
도서관이 있어 다행이야 | 도서관에 잘 갖춰진 책은 도서관 관련 책 | 정보 수집의 장 | ‘폐가’ 서고에 매력적인 책이 있으니
14장. 장서를 처분하는 최후 수단 199
책 찾기에 속을 태운 나머지 | 장서 1만 권을 한꺼번에 방출하다 | 싼 가격으로 단기간에 팔려나가 | 처분율 95퍼센트라는 경이로운 수치 | 마음속에 구멍이 뻥 뚫린 듯했다 | 오카자키 다케시의 1인 헌책시장 | 책을 처분하는 데 꼭 필요한 건 ‘에잇!’ | 특명, 상자를 확보하라 | 5백 엔 이하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 | 5~7퍼센트는 줄었겠지 | 헌책 애호가가 혹할 만한 책을 대량 투입하기 | 도와준 사람은 다 장서의 고수 | 자택 헌책시장을 추천합니다 | 헌책방 수익이 줄었다?
저자 후기 234
역자 후기 238
리뷰
책속에서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나, 마음이 아프다고 느끼면서도.” 요시다 다쿠로의 노래 한 소절이 지금 내 마음에 절절히 와 닿는다. 마음이 아픈 것은 나의 장서 상태 때문이다. 책이 늘어도 너무 늘었다. 책장에 꽂아둔 책과 거의 같은 양의 책이 계단에서 복도, 책장 앞, 책상 주변까지 쏟아져 쌓일 대로 쌓였다. 덕분에 몸을 슬쩍 움직이는 일조차 여간 고역이 아니다. 바닥에 흐트러진 책과 책 사이 좁다란 공간에 한쪽 발을 비집고 들어서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겨우 앞으로 나간다 해도 쌓아올린 책의 탑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다.
발 디딜 공간을 찾을 수 있다면 그나마 낫다. 못 찾으면 책을 밟고 넘어 다녀야 한다. 신성한 책을 밟다니, 서평 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막돼먹은 행동이리라.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무렇지 않게 책을 밟고 다닌다. 벌을 받는 건지 발이 미끄러지면서 밟은 책 표지가 찢어져서 “윽!”, 본체를 빼낸 책갑이 밟혀 뭉개져서 “으악!”, 펼쳐진 책장이 휙 접히고 구겨져서 “어이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요사이 찾는 책을 발견할 확률이 점점 낮아져 분명 집에 있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오거나 서점에서 다시 사오는 일이 심심찮게 있다. 위험한 것은 다시 사오거나 빌려온 책마저 장서의 파도에 떠밀려 ‘해저 깊은 곳’에 잠겨버리는 일이다. 언제 도서관에서 독촉장이 날아올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1장. 책이 집을 파괴한다
≪서재-창조공간의 설계≫는 학자나 작가처럼 원고를 집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서재론’을 모은 책이다. 공감이 갔던 부분은 서양 사상사와 경제사 평론가 세키 히로노 편이었다. 그는 ≪방장기≫를 염두에 두고 일본 옛 문필가들의 서재가 “다다미 넉 장 반쯤 될까 말까 한 허름한 초막인 경우가 많다”면서 “일본 고전문학이 계절이나 날씨 변화에 대단히 민감한 이유는, 일본 민족 고유의 감수성이라기보단 글을 쓰는 사람 상당수가 비바람을 그대로 맞는 바깥이나 다를 바 없는 초가에 살던 건축학적 조건과 관계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정곡을 찌르는 견해를 밝혔다. 덧붙여 세키가 생각하는 지상 최대의 이상적인 서재는 교도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옥중에 역작을 써내거나 전 생애를 결정짓는 독서체험을 한 예가 적지 않다”고.
교도소를 ‘서재’로 삼은 대표적인 사람은 아라하타 간손이다. 메이지·다이쇼·쇼와시대를 살아낸 이 확고한 신념의 사회주의 활동가는 1908년에 ‘붉은 깃발 사건’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다. 교도소에 있던 덕분에 ‘대역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감옥에서는 보유할 수 있는 책을 세 권 이하로 제한했지만 그는 권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해 한 달에 아홉 권까지 볼 수 있었다. 영어를 독파하려고 가넷이 번역한 투르게네프 전집을 받아서 영일사전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달리 할 일도 없고, 정신을 혼란하게 할 것도 없으며,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할 장서도 없다. 집중하기 좋다는 의미에서 ‘명창정궤’의 실례로 교도소를 들 수도 있겠다. 하긴 초막 같은 곳에 실용품 따위는 없는 셈이니 감금되지 않은 ‘교도소’나 다를 바 없으리라.
4장. 책장이 서재를 타락시킨다
작가 사카자키 시게모리는 수집가로도 유명한데, 수집품은 자택에 두지 않고 일부러 방을 빌려 보관한다. 그 방은 목조건물에 책, 목제 지팡이, 표주박 같은 작은 물건만 모아놓아 딱 봐도 불에 잘 타게 생겼다. 어느 날, 취재를 온 기자는 방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불이 나면 큰일이겠네요, 라는 말을 내뱉었다. 사카자키의 대답이 걸작이다. “어쩌면 그것대로 마음은 후련하지 않을까?”
아마 그는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집가 가운데는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푹 빠지는’ 타입이 있다. 가족도 돌보지 않은 채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인생의 모든 것을 오직 ‘수집’에 내던진다. 수집하는 대상이 삶의 전부여서 수집품 말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행여 불이라도 나서 모든 수집품이 불타버린다면 그것은 ‘죽음’을 의미하리라. 광적인 수집가가 아니더라도 모으면 모을수록 수집품이 공간을 압박하고,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번민’이 싹튼다. 커다란 개를 산책시키는 키 작고 힘없는 남자처럼 수집품이 힘을 얻는 순간부터 수집가는 거기에 휘둘린다. 하지만 사카자키는 다르다. 그의 목적은 ‘은거’다. 수집품은 거기에 따라오는 부록 같은 것으로 그에게 ‘장서의 괴로움’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굶주린 사람인 양 맹렬히 사들이는 수집가가 아니다. 언제든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한 담담함이 사카자키의 매력이며, 그 모습은 그의 글에도 드러난다. “불타면 불탄 만큼 후련해지고, 장서의 괴로움에서 해방된다.” 짐짓 과격한 듯하지만, 장서가로서 각오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7장. 장서가 불타버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