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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5346465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재회 … 78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으리라 … 167
나는 왜 이 소설을 썼는가 … 278
원효 당대 연표 … 284
책속에서
길을 가다가 끼니때가 되면 원효는 어느 동네에 들어가 큰 집이라고 고르지 않고, 작은 집이라고 빼놓지 않고 골고루 찾는다. 딱, 딱, 딱, 뒤웅박을 두드리며 “나무아미타불.” 하고 염불한다. 열 마디를 불러도 주인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 집으로 가서 또 그와 같이 한다. 이렇게 여섯 집을 돌아서 얻어지는 것을 먹고 더 돌지는 않는다. 만일 여섯 집을 돌아도 밥이 얻어지지 않으면 그 끼는 굶고 지나간다.
원효는 애초에 목적한 대로 고향에 돌아가 예전에 살던 집터(지금은 절)와 분묘를 돌아보았다. 십여 년 전에 떠난 뒤로는 처음 고향에 온 것이다. 원효는 아는 사람을 더러 만났으나 그들은 원효를 알아보지 못했다. 원효가 천하에 소문이 나고 나랏님의 스승이 되었다고 들은 그들은 이 거렁뱅이가 원효라고 생각할 리가 없었다.
- 2권 <방랑> 중에서
“노장님, 지금 원효대사라고 부르신 이가 누굽니까.”
“지금 저기 가는 저 스님이 원효대사요. 스님네들이 겨우내 원효대사가 지어 주시는 공양을 잡수셨으니 다들 성불하시겠소.”
방울스님이 웃었다. 겨우내 부엌에서 밥 짓던 중이 원효대사란 말을 들은 중들은 놀랐다. 천하에 이름이 높은 선지식을 옆에 두고 몰라본 것이 분했다.
“노장님 정말이오?”
한 학인이 방울스님께 물었다. 그의 이름은 의명이었다.
“그렇다니까. 스님네가 공부하시는 대승기신론소를 지으신 원효대사요.”
“노장님은 그이가 원효대산 줄 어떻게 아셨소?”
“내게 누룽지를 잘 주길래 원효대산 줄 알았소.”
방울스님이 또 웃었다.
의명은 곧 짐을 꾸려 가지고 원효의 뒤를 따라서 떠났다. 어디를 가느냐는 동무의 말에 의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원효대사 따라가오.”
- 2권 <방랑> 중에서
“나무아미타불.”
거지들이 원효 뒤를 뒤따르며 화답했다. 중들도 거지의 뒤를 따랐다. 원효는 서울 성중으로 대중을 끌고 들어섰다. 4백 명 대중이 나무아미타불을 합장하는 소리가 성중을 흔들었다. 원효는 대중을 끌고 홍륜사, 분황사 같은 큰 절과 호구 즐비한 시가로 순회했다. 사람들은 이 희한한 광경을 보려고 모두들 길옆에 나섰다. 어떤 사람은 같이 염불을 하며 행렬에 들기도 했으나 어떤 사람은 원효가 불교를 더럽히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을 만나는 대로 원효를 악담했다. 그래서 중들 중에는 슬몃슬몃 이 행렬에서 빠져나가는 자도 있었다.
팔백여든 절에서 저녁 쇠북이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고달프던 중생이 편안히 쉬라는 쇠북이다. 원효가 걸음을 멈추고 합장하자 일동도 그와 같이 했다.
-2권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으리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