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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5346441
· 쪽수 : 568쪽
책 소개
목차
원효대사 1
첫머리에 … 4
늘 그대로인 것은 없다 … 11
번뇌가 다할 날이 없으나 … 56
파계 … 127
요석궁 … 195
용신당 수련 … 234
원효 당대 연표 … 274
원효대사 2
방랑 … 7
재회 … 78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으리라 … 167
나는 왜 이 소설을 썼는가 … 278
원효 당대 연표 … 284
리뷰
책속에서
‘아는 것과 되는 것.’
원효는 이 두 가지에 큰 차별이 있고 큰 계급이 있음을 깨달았다. 원효는 화엄경을 잘 안다. 그러나 화엄경이 되어 버리지 못했다. 원효는 일종의 슬픔을 느꼈다.
‘아직 멀었다. 덜 되었다.’
원효는 한숨을 쉬었다.
원효는 승만왕과 요석공주에 대하여 무심하지 못한 자신을 분명히 보았다. 더구나 요석공주가 지어 보낸 옷을 무심히 받아 입지 못하고 심상에게 준 자신이 부끄러웠다. 만일 대안법사가 원효에게 분황사를 떠나는 이유를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원효는 아까부터 마음을 졸였다.
“요석공주가 무서워서 피난 갑니다.”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른 곳에 간다고 요석공주에 대한 애착을 뗄 수 있을까.
- 1권 <번뇌가 다할 날이 없으나> 중에서
원효는 ‘대자대비’에서 ‘대비(大悲)’라는 말의 뜻을 비로소 알 것 같았다. 큰 슬픔의 마음. 부처의 눈으로 세간을 바라볼 때 눈물이 비 오듯 아니할 수 있으랴.
젖을 먹은 너구리 새끼들은 더 먹고 싶은 듯이 입을 냠냠 하다가 만족한 듯이 잠이 들었다. 일곱은 잠이 들고 둘은 죽었다. 대안은 눈물을 거두고 풀 위에 앉았다.
“스님. 내 송경은 이러하오.”
그리고 하핫하핫 웃었다.
“스님의 송경은 너구리 새끼가 알아들었겠습니까?”
“배고플 때 먹여주는 걸 몰라?”
대안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배고플 때 먹여주는 것으로 무슨 법을 설하셨습니까?”
“자비.”
“시체 앞에 저렇게 젖을 따라 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먹이고 싶은 마음.”
대안의 얼굴은 다소 부드럽게 변했다. 원효는 두 손을 모았다.
“그렇습니다. 스님은 지금 자비 법문을 설하셨습니다.”
“여시여시(如是如是, 그렇다). 그러나 동냥중 대안이 설했다고 하지마오. 비로자나불이 설하신 것이오.”
- 1권 <파계> 중에서
아침을 먹고 나서 원효는 공주가 달여 주는 차를 마셨다. 화병에 꽂힌 작약이 두어 이파리 떨어졌다. 원효가 빙그레 웃었다. 공주는 떨어진 작약 잎을 들어서 아까운 듯이 붙었던 자리에 붙여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한번 떨어진 자리에 도로 붙으려 하지 않고 다시 떨어졌다.
공주는 눈을 들어서 원효를 보았다.
“나는 오늘 떠나겠소.”
원효는 입을 열었다.
“일 겁은 계시겠다더니.”
공주는 한숨을 쉬었다.
“벌써 몇 겁이나 지났소.”
“일 겁만 더 늘일 수는 없으시오?”
공주는 약간 낯을 붉혔다.
“떨어진 꽃잎과 같지.”
원효도 고개를 숙였다. 원효 역시 괴로움을 느꼈다.
- 1권 <파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