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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85393704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역자 후기
책속에서
“너희는 매니저가 필요해. 내가 훌륭한 매니저를 알지.”
모리가 대답했다. 그는 묘한 장점이 있었다. 허풍을 떠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우월하다는 사실에 확신이 대단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했다. 그렇지만 모리는 무수한 곤경을 헤치며 살아나오느라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조금도 신경을 안 썼다.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유대인은 박해를 극복해야 살 수 있어. 박해를 안 받았다면 우리는 다른 종족처럼 열등한 수준에 머물렀을 거야.”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권투부를 어떻게 우승으로 이끌겠느냐고 묻자, 모리가 나를 쳐다보더니 약간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첫 시합에 반드시 이길 선수가 필요해. 나머지는 쉬워. 나머지는 관리만 잘하면 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면 승리를 향해 돌진하는 법이거든.”
겔든하이스가 서약서를 받아서 읽더니, 호주머니에서 작은 가죽 지갑을 꺼내 서약서를 넣었다. 지갑에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좋아, 겔든하이스. 우리가 이긴 다음에 20%를 받겠어, 아니면 지금 50파운드를 받겠어? 마음대로 선택해.”
모리가 말했다. 겔든하이스는 내가 모리를 사귀기 전에 그런 것처럼 50파운드는 물론, 단돈 10파운드도 본 적이 없으리라. 당시 백인 노동자 평균 임금은 주당 8파운드였다. 헬프미카는 사립학교가 아니다. 겔든하이스 부모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죽도록 고생할 터였다.
모리는 상대 마음을 정확히 읽고, 겔든하이스는 대답했다.
“지금 50파운드를 받겠어.”
겔든하이스는 우리가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20% 받을 가능성을 우리에게 50파운드에 판 것이다. 모리가 지갑을 열었다.
“잠깐!”
겔든하이스가 갑자기 중단시키더니, 지갑을 빼고 서약서를 꺼내서 모리에게 내밀며 말했다.
“나도 조건이 있어. 안 받아들이면 거래하지 않겠어.”
우리는 깜짝 놀란 얼굴로 쳐다보다, 내가 물었다.
“무슨 조건인데, 겔든하이스?”
“음, 무엇보다, 내가 헬프미카 쪽에서 내기를 받는 데 동의한 이유는 너희 학교에서 내기를 받는 사람이 바로 너라서야, 피케이.”
겔든하이스가 손가락으로 모리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유대인 아이하고는 거래하지 않겠어!”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모리와 난 동업자야. 모리가 빠지면 나도 빠지겠어.”
나는 모리에게 몸을 홱 틀면서 말했다.
“그냥 가자, 모리.”
모리가 진정하라는 듯 손을 치켜들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진정하라고. 우린 동업자야. 겔든하이스가 너랑 거래하겠다면 그렇게 해.”
재니 겔든하이스가 못 보도록 모리가 몸을 돌려 의미심장하게 눈을 찡끗하더니, 겔든하이스가 보도록 몸을 돌려 지갑에서 10파운드 지폐 다섯 장을 꺼냈다.
“여기 있어, 피케이. 네가 저 친구한테 줘.”
내가 미처 받기도 전에 겔든하이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야.”
겔든하이스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또 뭐야, 겔든하이스?”
“나랑 한 판 붙자.”
내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뭐, 여기서? 지금?”
“나는 조금 전에 페더급으로 바꿨어. 넌 아직도 밴텀급이고. 마지막으로 만회할 기회를 얻고 싶어.”
“싫다면?”
모리가 묻고, 겔든하이스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래도 없어! 50파운드는 유대인 친구 엉덩이에 쑤셔 박아야 할 거야! 어때, 피케이? 체육관에서 3라운드 뛰겠어?”
“그래도 널 좋아했는데, 정나미가 떨어지는군! 좋아, 하지만 장비가 없는데 어떻게 하지?”
“준비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겔든하이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나쁜 감정은 없어, 친구. 넌 루이넥이고 난 보아인이야. 널 꼭 이겨야 행복할 것 같아.”
“앞으로 행복하게 지낼 순 없겠군! 어디로 가지?”
“누가 심판을 보지?”
모리가 물었다. 손은 10파운드 지폐 다섯 장을 쥔 상태 그대로였다.
재니 겔든하이스가 워터스랜드 대학교를 가리켰다. 약 200m 거리였다.
“네가 승낙할 걸 대비해서 대학생한테 부탁했어.”
겔든하이스가 서약서를 지갑에 다시 넣었다. 나는 그를 따라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러나 모리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소리쳤다.
“잠깐, 겔든하이스!”
돌아서서 쳐다보니, 모리가 한 손에 10파운드짜리 지폐 다섯 장을 치켜들었다. 얼굴에서 장난기 어린 미소가 스며 나왔다.
“피케이가 이기는 쪽에 50파운드를 걸겠어!”
겔든하이스가 제자리에 차려자세로 섰다. 얼굴엔 분노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모리가 멋지게 복수하자, 겔든하이스가 침을 뱉듯 말을 뱉어냈다.
“좋아, 유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