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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85415123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오로라 9
병리학 31
들판의 여자 55
가넷 서식지 85
빛 105
발살렌 109
달 139
세인트 킬다를 찾은 세 번의 방문 149
라 쿠에바 185
줄노랑얼룩가지나방 195
로나에 대하여 201
쇠바다제비 237
바다의 여행자 247
바람 269
감사의 말 275
사진 출처 277
리뷰
책속에서
나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여전히 지쳐서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지만, 질의문답으로 하루가 끝났을 때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다. 주로 우리가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고 연사들이 촉구했던 ‘자연’에 대한 생각이었다. 자연은 정확히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어머니의 침대 옆에서 뭔가를 느꼈었다. 동물의 영혼 같은 것이었다. 죽음은 슬프지만 자연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백신 접종은 어떨까? 그것은 경이로운 다른 생물과의 연결을 공식적으로 끊기 위함이 아닌가? 그리고 채식주의자들을 제외하고 우리가 먹는 음식들, 가령 오늘 우리가 맛있게 먹은 사슴고기는?
대왕고래가 단연 큰 몸집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는 그 아래를 걸으며 몇 걸음이 나오는지 세어보기로 했다. 먼저 양옆으로 부드러운 아치를 그리는 턱과 입천장 아래를 걸었다. 한때 수염이 붙어 있던 곳이다. 이어 단단하고 복잡한 생김새의 두개골과, 아래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지금은 공기만 에워싸고 있는 불룩한 가슴뼈가 나왔다. 나는 계속해서 걸으며 수를 셌다. 돌묵상어 옆을 지나면서 차가운 피부를 몰래 만져보았다. 사포처럼 거칠거칠했다. 작고 유연한 돌고래를 지나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대왕고래가 위에 있었다. 돌묵상어 위에 거대한 개복치가 철사에 매달려 있었는데, 묘한 생김새가 꼭 눈 달린 검은 달 같았다.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등뼈가 끝날 때까지 셌다. 총 57보였다. 동물이라기보다 차라리 내러티브라고 해야겠다. 늙은 선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