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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85446073
· 쪽수 : 348쪽
책 소개
목차
01 사람에 대한 차별대우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02 윤리적 흡연자들에게 경의를
03 탐욕과 게으름에 대한 불공평한 이중잣대
04 요행을 바라는 마음에 대한 윤리
05 인간은 행복할 수 없는가
06 변화는 좋은 것인가
07 희망이 고문이 될 때
08 죽음까지도 따라붙는 신분 윤리
09 남자의 자격
10 가족이라는 이름의 전차
11 인간관계에 대하여
12 고독을 연인으로
13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
14 인간 평등에 대한 솔직과 편견 사이
15 이성이 없으면 사람도 없다
16 감성은 이성이다
17 교육은 중용을 지향한다
18 참 용기는 옳음이다
19 성인이 드문 이유
20 원수를 사랑하기는 어렵다
21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자격
22 자존할 것이 있어야 자존심도 상할 수 있다
23 이성 사용 설명서
24 제도적 자유로서의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
25 자유민주주의가 중요하다
26 카잔차키시즘과 칸티즘
27 자연으로서의 인간
28 정신적 존재로서의 서양의 인간관
29 정신적 존재로서의 동양의 인간관
30 도덕적 주체로서의 인간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21세기 사회는 대체적으로 과욕은 사회적 제도로 묶고, 과태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경구 정도의 언급으로 각자가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며 개인의 자율적인 윤리와 도덕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이기주의의 다른 측면일 뿐인 과욕과 과태를 왜 지금까지 한쪽은 사회적 제재로 그리고 다른 한쪽은 개인의 도덕윤리에 그냥 맡겨왔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과욕은 제재를, 과태는 자율에 맡기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국가가 거국적으로 드러내놓고 하는 도박도 있다. 태국에서는 군입대를 제비뽑기로 결정한다. 21세 이상 태국 남성들은 군복무가 기본적으로 의무인데, 여기에 요행심리와 도박적 요소가 개재된다. 21세가 된 남성들은 그해 4월이 되면 군대가기 제비뽑기에 모두 참가해야 하는데, 이 제비뽑기에서 검은 종이를 뽑으면 군복무를 면제받고 빨간 종이를 뽑으면 2년간 군복무를 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스릴 있는 베팅인데, 여기에 인간의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흔드는 장치가 하나 더 들어가니, 바로 제비뽑기를 하기 전에 제비뽑기 자체에 아예 참가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6개월간의 군복무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우연에 내맡기는 복불복과 자신의 의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함께 조화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요행심리와 함께 도박적 흥행 요소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흥미진진한 게임(?)이다.
근대화 이전 영국에서는 사형을 집행할 때 귀족은 도끼를 사용해 목을 자르고 평민은 밧줄을 사용하여 목을 매달아 죽였다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귀족을 사형시킬 때 도끼 대신 칼을 사용했다고 한다. 여섯 명의 왕비와 결혼해 그중 두 명을 사형장의 이슬로 보냈던 영국의 왕 헨리 8세는 도끼가 칼에 비해 마무리가 신통치 않았던지 두 번째 부인인 앤 왕비를 사형시킬 때 프랑스에서 특별히 칼잡이를 불러와 참수했다고 한다(버나드 맨더빌, 꿀벌의 우화, 2011, 111쪽). 죽이는 데 있어서도 고통을 고려해 귀족과 평민 간에 차이를 둔 것이다. 왕의 부인인 경우에는 도끼 대신 칼을 사용하는 자상한 배려까지 베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