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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091104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15-02-09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사과
마리아
클래식
백의관음(白衣觀音)
후회
이야기
탐미
실루엣
버스정류장
인도기행
인어
눈물
받아요
해탈여인숙
사이
뭐가 저리 아름다울까
제2부
잠시 드러난 황혼의 틈으로
소라
달
참 이상도 하지
나라는 말에는
오월
엘리 엘리……
옛사랑
네 얼굴을 만지면
시간이 흘렀어요
봄
매화나무
오동나무 꽃이 피기 시작할 때면
스무 살
어제
어머니
제3부
천국
mara
절망에게
귀신고래
그대가 가진 어둠의 뿌리만으로
달팽이
연금술사
나방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매미
무당벌레
낙타
성난 당신의 아버지가 바람으로 불고 있습니다
홍역
마차
어둠은 활처럼 시위를 당기고
부활
무지개 마을
대롱
해설 법계(法界)의 구도행 / 신동옥(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일곱 살 때 장독대가 있는 옥상에서 봉숭아를 키웠다. 까만 씨앗이 푸른 잎새와 빨간 꽃잎을 열어 보이는 신비에 들떠 자주 물 흐르는 꿈을 꾸었다. 가을 무렵에는 백반에 꽃잎을 넣고 손톱마다 빨간 봉숭아꽃물을 들였다. 그때부터 내겐 지워지지 않는 실루엣이 꽃을 따라다녔다.
버스에 올라서고도 여자는 자꾸만 스타킹 올이 나간 것에 신경이 쓰였다.
―「실루엣」 전문
버스가 지나가고 소녀의 흰 블라우스에 흙탕물이 튕겼다. 왼쪽 가슴에 까만 얼룩이 생겼다. 손수건을 꺼내 급히 닦아냈다. 기름이 섞여선지 닦아낼수록 얼룩은 번져만 갔다. 물감을 흩뿌린 듯 소녀의 가슴에 얼룩이 아로새겨졌다. 발을 동동 구르며 소녀는 그렇게 울상이 되었다.
벗어버릴 수밖에 없는 거친 몸이 한 기다림을 두고 얼룩처럼 서 있었다.
―「버스정류장」 전문